“이제는 총선 룰의 전쟁” 연말까지 획정 안되면 선거구·예비후보 무효 대혼란

입력 2015-12-03 18:41

새해 예산안을 일찌감치 통과시킨 여야 정치권이 본격적인 총선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아직 정기국회가 일주일 가량 남았고 12월 임시국회 소집도 확실시되고 있긴 하지만, 19대 국회의원들의 시선은 이미 내년 4·13 총선으로 향해 있다.

문제는 이번 총선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항로를 가늠하기 어려운 '깜깜이 선거'라는 점이다.

총선이 불과 넉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게임의 룰'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각당 내부의 공천 방식조차 아직 확실하지 않아 내년 총선을 노리는 잠재적 후보들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있다.

이미 활동 시한을 두 차례나 연장하고도 아무 소득을 얻지 못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활동 시한이 12일밖에 안남았지만 아직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총선 출마 예상자의 예비후보 등록 시작일 역시 오는 15일로 당장 코앞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헌법재판소가 선거구 인구격차를 2대1 이내가 되도록 선거구를 재조정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그 시한을 오는 31일로 못 박았기 때문에, 연말까지 선거구 획정을 완료하지 못하면 내년 1월1일부터는 예비후보 등록이 불가능하고 기존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자는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야는 3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주재로 전격 회동해 선거구 획정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양당 원유철·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고 지역구 숫자를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 의원 수를 조건부로 축소하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지역구를 조금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쪽으로 (여야 지도부가)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도 "비례대표의 대표성을 확보할 방법이 마련된다면 비례대표 수를 줄일 방안을 계속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야는 현재 246개인 지역구 숫자를 7개 안팎으로 늘리고 그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례대표 선출 방식과 관련, 이병석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제안한 방식인, 정당득표률에 따라 특정 정당이 확보가능한 비례대표 의원수의 과반 이상을 보장하도록 비례대표 당선자를 지역구 당선자와 연동해 결정하는 방식이 이런 차원에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고려되고 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이는 '비례대표 축소 불가'를 고수해온 야당이 한발 물러선 것이어서 꽉 막혔던 협상에 일단 물꼬를 튼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은 아직 '이병석안'도 거부하고 있어 비례대표의 대표성 확보를 위한 방법을 놓고 여야 간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는 오는 5일 다시 회동해 선거구 획정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한편 선거구 축소 위기를 맞은 농어촌 의원들 사이에서는 자치구·시·군 분할금지 원칙 폐지 요구도 나오고 있다.

'농어촌 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모임' 소속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농어촌 지역대표성을 지키면서 선거구 획정 논쟁을 끝내려면 자치구·시·군 분할금지 원칙을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은 선거구가 인구 상한 기준을 초과할 경우 단일 행정구역 내에서는 분구를 허용하지만, 구·시·군 경계를 조정해 선거구를 분할하는 것은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을 우려해 금지하고 있다.

장 의원은 "분할금지 원칙을 폐지하면 (인구가 모자란) 5∼6개의 농어촌 지역 선거구가 무리하게 합쳐지는 '기형적 선거구'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