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해의 기도 “주님, 제게 힘을 주세요”…스타인헤븐

입력 2015-12-05 00:05

배다해가 평온해 보였다. 그리고 건강해 보였다. 그가 너무나 기다렸던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이하, 벽뚫남)로 오랜만에 무대에 서서도 그런 것일 수도 있겠고, 또 4년 만에 소속사를 찾아 새 둥지가 생겼기 때문인 것도 있겠다.

최근 뮤지컬 연습에 한창인 배다해를 대학로에 위치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났다. 그는 “요즘 참 행복하다”며 “뮤지컬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2013년 말에 ‘폭풍의 언덕’ 창작 뮤지컬을 준비하던 중 작품이 엎어져서 쉬게 됐다. 당시에도 벽뚫남을 하고 싶었는데 당시에는 캐스팅이 완료돼서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네팔에 봉사활동을 가기 전에 벽뚫남 출연 제의가 왔어요. 차분하게 기도하고 하나님이 주시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돌아와서 일사천리로 이 뮤지컬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2015년은 배다해에게 잊지 못할 한 해다. 상반기에는 MBC ‘북면가왕’에 질풍노도 유니콘으로 출연해 큰 화제가 됐다. 과거 ‘남자의 자격’ 이후 다시 한번 시청자들에게 배다해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였다.

또한 벽뚫남으로 오랜만에 무대에 섰는데 뮤지컬 마니아층으로부터 벌써부터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극중에서 벽뚫남 듀티엘과 사랑에 빠지는 이사벨 역을 맡았다.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배다해가 등장할 때면 그녀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신비로운 분위기에 좌중이 숨을 죽이며 집중한다.

배다해는 “공연 후기를 동료들은 보지 말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제가 가요를 하는 사람이다 보니 모니터링을 하는 게 습관이 됐다”며 “그 중에서 가장 기뻤던 반응은 ‘배다해의 이사벨을 보고 새장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는 평이었다”고 했다.

이사벨은 남편에게 감금된 채, 하루에 딱 한 시간만 외출할 수 있다. 한 줄기 희망처럼 자유를 꿈꾸지만 현실에서 도망쳐 나오기에는 연약한 캐릭터이다.

그는 “이사벨이라는 캐릭터 자체로 봐주신다는 게 행복했다”며 “관객들이 제 캐릭터에 그리고 이 극에 공감해주신다는 게 행복했다”고 말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힘내라는 말보다 공감이 더 힘이 되는 것처럼, 관객들이 공감해주셔서 너무 행복했어요.”

배다해는 복면가왕 출연 이후 여러 굵직한 매니지먼트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어떻게 코엔스타즈로 가닥을 잡을 수 있었을까.

그는 “4년 동안 많이 힘들었지만 하나님이 온전히 자신만 바라보게 하셨다”며 “죽으면 죽으리라고 제가 의존하려고 했던 회사라는 대상을 마음속에서 완전히 내려뒀다. 그때서야 하나님이 자연스럽게 지금의 회사를 붙여주셨다”고 말했다. 코엔스타즈의 대표도 크리스천이다.

그는 “대표님을 처음 봤는데 외유내강 스타일이셨다”며 “신앙 이야기를 많이 말 하지 않았는데 ‘내가 유일하게 버틸 수 있는 하나님’이라는 말씀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소속사 대표의 휴대전화 앞면에 쓰인 글귀가 ‘주여. 내게 힘을 주시옵소서’였다고.

배다해는 물 흐르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코엔스타즈 대표와 계약을 하게 됐고 어느새 함께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오랜만에 하는 뮤지컬에 잘 하고 싶은 욕심에, 그리고 동료들과의 부대낌 속에 힘들 법도 하다. 그는 소속사 대표의 글귀처럼 ‘주님. 내게 힘을 주시옵소서’라는 말을 대내이며 하나님만 붙들고 연습에 매진하며 무대에 서고 있었다.

배다해는 신년 인사를 해달라는 말에 ‘내년도 다사다난 할 것’이라고 했다. ‘늘 행복하세요. 늘 건강하세요’라는 답이 아니었다.

그는 “매일 행복한 사람은 없다며”며 “아홉 번 힘들면 한번 행복할까. 하지만 그 한 번의 행복이 얼마나 단지. 그 행복을 찾아서 다들 열심히 자신의 비전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행복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행복을 찾고 감사를 찾는다면 그게 진정한 크리스천이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내년의 계획은 묻지 않아도 되겠다. 다사다난한 한 해 동안 하나님은 배다해에게 어느 작품과 인연을 맺게 할 수도 있고, 또 그 사이사이 쉼도 허락하시고 괴로움도 고통도 허락하실 것이다. 하지만 결국 하나님의 계획안에서 우리를 사랑하심으로 허락된 과정임을 믿는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