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생 1900만원 날리다… 판돈만 수백억, 불법 스포츠토토 일당

입력 2015-12-03 15:19
사진=pixabay

수백억원 판돈을 굴린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3일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를 개설·운영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로 A사이트 운영자 신모(42)씨와 B사이트 홍보·모집책 박모(21), 남모(21)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2011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200억원 규모의 A사이트를 운영하면서 1회당 5000∼100만원을 배팅하게 하고, 승패를 맞추면 배당금으로 최대 300만원을 지급했다. 신씨는 일본에 서버를 두고, 중국에 직원 6명 규모의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사이트를 24시간 관리했다. A사이트에서 도박을 한 사람들은 1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박씨와 남씨가 일한 B사이트의 판돈은 300억원 규모였고 이용자는 1만명 이상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사이트를 홍보했고, 인터넷 방송에 자막으로 사이트 주소를 띄워 20∼30대 젊은 층을 도박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도박하다 입건된 대학 휴학생 김모(23)씨는 1900만원을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7월 발생한 폭행사건 피의자였던 박씨와 남씨를 수사하다 이들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이 사용한 차명 계좌 일부가 신씨가 운영하던 사이트에서 사용한 계좌와 일치해 두 조직은 한꺼번에 잡혔다.

이들은 월 수백만원씩 내야하는 고급 오피스텔에서 살거나 벤츠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굴렸다. 경찰은 도박 사이트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고 B사이트 운영자의 뒤를 쫓는 한편 사이트 상습 이용자나 고액을 배팅한 사람들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자금 인출책과 모집책 등 조직원 17명과 김씨 등 이들이 운영한 사이트에서 도박한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처럼 조직을 구성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서는 형법상 범죄단체조직 혐의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