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최대 쟁점 누리과정 예산, 또 편법” 3천억원 우회지원

입력 2015-12-03 00:37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이 2년 연속 국회 예산안 심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라 막판까지도 여야간 합의의 발목을 잡았다.

여야는 올해 예산안 심사에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누리과정 예산의 부담 주체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야당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2일 새벽 누리과정 예산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보육대란이 발생할 경우 여당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예산배정을 여당에 넘겼다.

이에 새누리당은 보육 대란을 피하고자 작년처럼 국고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는 대신에 예비비를 통한 '우회지원'이라는 편법적인 수단을 택했다.

즉 정부가 지방교육청의 학교환경개선사업 시설비 지원 명목으로 예비비에서 3천억원을 편성해 학교 재래식 변기 교체, 찜통교실 해소 예산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대신 교육청은 이렇게 해서 여유가 생긴 예산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사용토록 한 것이다.

여야는 지난해에도 국고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직접 지원하지 않고 지방교육청의 지방채 이자 등을 지원하기 위해 예비비 5천64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2년 연속 이같이 우회적인 방법을 택한 이유는 여야의 누리과정 예산의 부담 주체에 대한 생각이 갈리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관련법 개정으로 인해 누리과정 예산을 각 시·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며 국고에서 이를 지원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영유아 무상보육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중앙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지원규모를 놓고도 여야는 맞섰다.

새누리당은 작년에 비해 지자체 세수가 개선된 점을 내세워 국고에서의 누리과정 우회지원 규모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에 새정치연합은 최소한 지난해 수준으로는 지원해야 한다고 배수진을 쳤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올해는 지역 세수도 담뱃세와 부동산 관련 세금 등이 (많이) 들어와 (지방교육청 재정상황이) 작년보다 나은 실정"이라며 "작년 지원액보다 적은 액수가 되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중 진보 성향 교육감 13명은 정부여당의 방침에 반대했고, 야당도 이들 교육감의 입장을 적극 비호하고 나서며 여야의 견해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를 면담하는 등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새정치연합에 충분한 국고지원을 여러 차례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정 경기교육감 등 교육감들이 '그런 조건으로는 받을 수 없다', '차라리 누리과정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이후 발생할 보육 대란은 정부·여당 책임이라는 것을 명백히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