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간 남짓 살고, 장기를 나눈뒤… 하늘나라로 간 아기

입력 2015-12-03 00:11
사진=pixabay

두뇌 없이 태어났다. 엄마 품에 안겨 74분밖에 살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이 아기의 신장과 간세포를 다른 이를 위해 남겼다. 기네스북처럼 공식 기록이 있는 분야는 아닐 테지만, 세상에서 가장 짧은 삶을 살고 장기를 기증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지난주 태어나 1시간 남짓 살다가 성인 환자에게 장기와 세포를 제공하고 떠난 아기 ‘호프’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영국 서퍽주 뉴마켓에 거주하는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호프는 이란성 쌍둥이 중 딸이었는데,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무뇌증 진단을 받았다. 무뇌증은 탄생 전후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는 지난주 쌍둥이 오빠 조시의 뒤를 따라 태어난 호프가 숨을 거두기까지 꼭 안고 있었다고 밝혔다. 병실엔 그저 정적이 흘렀다. 아무 말 없이 아기가 숨을 거두자 엄마가 직접 아이의 파란 눈을 감겨주었다고 했다. 엄마는 “살아있던 74분 동안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라며 “우리는 그저 딸아이를 안아줬다”라고 전했다.

눈을 감은 후 호프는 수술실로 옮겨졌고, 대기하던 환자에게 신장을 떼어 주었다. 또 간세포는 새로운 이식 환자가 나타날 때까지 냉동 보관될 것이라고 했다. 엄마는 “고작 74분 밖에 살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이 평생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했다”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