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일 안철수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전대를 수용하기 어렵고 대표직 자진사퇴는 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전대' 무력화를 겨냥한 중앙위 소집을 요구키로 함에 따라 문 대표가 이를 고리로 정면돌파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문 대표의 선택지는 자진사퇴, 대표직 유지, 당내 공론 수용 등 세 가지지만 자진사퇴는 무책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주중이라도 문 대표가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문 대표는 현재 당내에 (지도체제에 대한) 공론을 모으는 노력이 있으니 공론이 정해지면 그에 따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당의 중론이 사퇴나 2선 후퇴로 모아질 경우 대표직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배제하진 않았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안 전 대표가 제시한 10개 혁신안을 비롯해 인적 쇄신 등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측근은 "문 대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책임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혁신안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류, 비주류 간 당 지도체제를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중진과 중간지대 의원을 중심으로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어 당내 공론 형성의 매개체가 될지 주목된다.
중도성향 중진급 인사 8명의 모임인 '통합행동'은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2선후퇴를 전제로 한 통합전대 개최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양측을 비롯한 당내 공감대 확산에 나설 계획이다.
통합행동 간사인 민병두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의 혁신안을 실천한다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을 수용한다 ▲야권재편 등 통합을 추진한다 등의 3원칙을 소개한 뒤 "당내외 여러 정파와 접촉하겠다"고 밝혔다.
중진모임에서는 문 대표 체제만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공감대 속에 중앙위에서 문·안을 공동대표로 합의추대하는 것을 비롯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통합선대위 출범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주류 주승용 최고위원은 "독식보다는 나눠먹는 것이 미덕이다. 골고루 의사결정에 참여해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 낫다"며 '원샷 전대'를 통한 계파 수장 연합체 형태의 비상지도부 구성을 주장했다.
반면 범주류 전병헌 최고위원은 "혁신전대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며 "문안박연대와 혁신전대에서 유일한 교집합은 혁신이다. 문 대표가 혁신의 가치를 한데 묶어내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중앙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중앙위에서 안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전대 개최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부결시키고 '김상곤 혁신안'을 재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전대를 개최하면 당 지도부가 사퇴해야 하는데 이는 지난 9월 재신임 결의에 반하는 것이다. 혁신전대는 이미 의결한 혁신안을 뒤집는 결과가 된다"며 3일중 중앙위 소집요구서를 제출키로 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에서는 원외위원장들의 동향이 보고되자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우려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는 또 내년 총선 때 새로운 인물 유치를 위한 인재영입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했다. 일부 최고위원은 문 대표를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선임하자고 제안했지만 다음 회의 때 논의키로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문재인, 혁신전대 거부할듯…주중 입장표명 가능성
입력 2015-12-02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