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나 엉덩이를 만지는 것은 예삿일이고 술이 들어가면 ‘속옷 보여주면 한 표 준다’고 태연히 얘기해요.”
일본의 저명한 여성 국회의원이 한 강연회에서 밝힌 일본 여성 정치인들의 현실이다. 2일 도쿄 소피아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노다 세이코 의원(자민당·8선)은 이같이 말했다. 그녀는 29세 때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했다가 낙선했한 뒤 다음 선거를 목표로 지역구를 돌다가 남성 유권자에게 이같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도쿄신문은 오는 17일 여성 참정권 획득 70주년을 맞는 일본에서 여전히 만연한 남성 중심 정치 문화의 문제점을 고발하기 위해 여야 유력 여성 정치인들이 참석하는 강연회가 이날 열렸다고 전했다. 노다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의 쓰지모토 기요미 중의원(6선), 렌호 참의원(2선)이 참석해 일본의 정치 현실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노다 의원은 처음 각료(장관)로 입각했을 당시 선후배 남성 의원들이 지나가면서 “스커트를 입고 있으면 대신(장관에 해당)이 될 수 있구나”라는 비아냥을 듣고 얼어붙곤 했다고 소개했다. 노다 의원은 최근 자민당 총재직을 두고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한 대항마로 출마를 시도해 ‘잔 다르크’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말을 잘 들으면 끌어주지만 귀엽지 않은 짓을 하면 ‘까치발을 딛는 것은 괜찮지만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안 된다, 아기야’라고 하는 것 같다는 인식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쓰지모토 의원은 올해 5월 안보 관련법 심의 과정에서 아베 총리로부터 “빨리 질문하라”는 야유를 들었다. 그는 “내가 남성이었다면 야유하지 않았을 것이다. 항상 질문자 석에 서지만 의원들로부터 야유가 쏟아진다. (그들로부터) 건방진 여자라는 생각이 꽂히는 것 같다”며 여성을 무시하는 분위기를 지적했다. 탤런트, 광고 모델 등으로 활약하다 정계에 입문한 렌호 의원도 아동학대방지법을 제정하려고 나설 때 남성의원들이 좀처럼 이해해주지 않아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노 다로 일본 국가공무원제도 담당상은 중앙 성청(중앙 정부부처)의 과장·실장급 이상 여성 공무원이 올해 7월 1일 기준으로 3.5%(330명)라고 밝혔다. 그나마 이 비율이 작년 9월보다 0.2% 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여성 정치인에게 “속옷 보여주면 한표” 日 ‘아저씨 정치문화’
입력 2015-12-02 20:34 수정 2015-12-02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