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상황이 절박해 뿌리치지 못했다” 안병욱, 문재인 SOS에 복귀...노영민 다룬다

입력 2015-12-02 18:17

지난 9월말 "계파 논리로 매도하는 걸 견디기 어렵다"며 사퇴의사를 밝히고 두문불출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안병욱 윤리심판원장이 2개월여만에 복귀했다.

최근 신기남 의원의 아들 로스쿨 시험 구제 논란에 이어 노영민 의원의 시집 강매 논란 등이 잇따라 불거졌음에도 윤리심판원의 기능 마비로 대처에 공백이 생기게 되자 문재인 대표가 긴급하게 복귀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안 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최근의 당 상황을 설명하며 사의를 철회하고 윤리심판원을 새롭게 정비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으며, 이에 안 원장은 "감당하기 어렵고 기존의 입장을 바꾸기도 부담스럽다"면서도 결국 사의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와 안 원장은 윤리심판원 구성을 위한 인선에 곧 착수키로 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리심판위원 전원은 안 원장이 사의를 표명했을 즈음 동반 사퇴했다.

앞서 안철수 전 대표는 전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 의원 논란도 당 부패척결방안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래서 더더욱 당에서 윤리심판원을 제대로 개혁해야한다"며 "이번 기회에 인선도 제대로 다시 하고 제도도 정교하게 해서 법적 부분만 아니라 도의적 부분도 묻는 윤리심판원으로 개혁돼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노 의원과 신 의원 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당무감사원이 감사에 들어가기로 한 상태여서 윤리심판원에 곧바로 회부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당무감사원은 윤리심판원에 징계 요청만 할 수 있다.

여기에 인선 작업이 여의치 않으면 정상화 시기는 늦춰질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안 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에 맡은 것 자체가 원죄인 상황에서 문 대표가 '당 상황이 상당히 절박하니 다시 맡아달라'고 간곡히 요청해 뿌리치지 못하고 내년 총선 때까지는 잠정적으로 일을 도와주겠다고 했다"며 "워낙 상황이 절박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복귀 배경을 전했다.

그는 "요즘 당에 일이 몇가지 생기지 않았느냐. 아니 왜 일을 만들어서 잘 쉬고 있는 사람을 다시 불러내느냐"면서도 "다른 때 같으면 좀 더 강하게 사양할 수도 있었지만, 윤리심판원이 와해돼 상황이 더 어렵다는 언론보도를 보면서 마치 내 책임처럼 비쳐지는 것 같아서…"라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이어 "일단 위원 구성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겠다. 마무리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대부분 외부에서 모셔와야 하는데 아무도 안 오려고 한다. 이런 욕먹는 자리를 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당의 신뢰가 여러가지로 손상되는 게 안타깝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내년 총선에서 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제 역량 밖이지만, 당이 여유가 없는 상태이니만큼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노·신 의원 사건에 대해선 "아직 내용을 잘 모른다"며 '당무감사원에서 윤리심판원으로 넘어오느냐'는 질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당 혁신위원이었던 조 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당무감사를 거부한 비주류의 유성엽 황주홍 의원을 즉각 윤리심판원에 회부할 것을 문 대표에게 촉구했다.

조 교수는 "질서도 기강도 없는 정당이 되어선 안 된다. 이 분들이 탈당하는 걸 두려워해선 안 된다"며 "신 의원과 노 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의혹에 대한 해명의 기회를 충분히 주되, 사실관계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야당은 도덕성에 있어서 더욱 철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