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데모 하지 말자? 그게 민주주의” 서울법대 교수 일침

입력 2015-12-03 00:01
곽경근 기자

한 교수가 서울 도심 광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시위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적은 글이 네티즌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한인섭 교수는 1일 페이스북에 “‘도심광장에서 소란한 데모 좀 하지 맙시다’는 주장에 대해”로 시작하는 글을 게재했다. 일문일답 식으로 구성된 해당 글에서 한 교수는 시위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알기 쉽게 설파했다.

이를테면 “서울광장 같은데서 소란피우면 선량한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뺏아가는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에 “힘있는 사람들은 조용히 자기 뜻을 우아하게 관철합니다. 그러지 못한 사람은 언론을 활용해서 글쓰고 말을 전파하지요. 그런데 정부, 언론에 접근, 이용하려면 엄청 힘이 있어야 해요. 그럼 힘없는 사람들은 어디가서 주장을 펴야 하나요? 그게 도심의 광장입니다”라고 답변을 다는 식이다.

한 교수는 “때로는 소란을 막기 위해 시위 원천봉쇄가 필요하지 않나”라는 의견에 “광장을 틀어막으면 대나무숲에 가서 한밤 중에 몰래 외치게 된다. 광장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주장을 조용히 하면 안 되나”라는 견해에는 “조용히 하면 들은 척도 않으니까 시끄럽게 외치게 되는 겁니다. 위정자들이 국민의 낮은 소리를 세심하게 귀담아들으면, 뭐하러 힘들게 소리지르겠습니까”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주의는 좀 소란스런 것” “위정자가 지혜롭게 국민의 원성을 듣고 정책으로 잘 풀어내면 된다” “지혜와 의지가 없는 위정자는 국민을 무조건 광장에서 쫓아내려고만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세이즈반란이라고 독립전쟁 참전했다가 돈한푼 못받고 알거지가 된 농민들이 반란을 일으켰어요. 반란을 진압한다고 힘들어한 위정자들이 모여, 국가안보와 병사월급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야겠다고 하여, 결국엔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대표를 제대로 선출하여 나라를 만드는 멋진 기획을 성공시켜요. 이게 USA의 탄생”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조용한 광장, 깨끗한 광장을 원한다”면 “평양의 김일성광장을 추천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참 지혜로운 글” “우문현답이다” “교재로 써도 될 듯”이라며 호응했다.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