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으로 연명하며 런웨이 섰다

입력 2015-12-02 16:34

영국에서 거식증에 걸리거나 미성년자인 모델의 활동을 금지하려는 법이 추진되려는 움직임이 일어 패션업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모델들은 자신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마른 몸매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모델 에이전시들은 “극단적인 식사 제한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어 영국에서도 너무 마른 모델은 런웨이에 설 수 없게 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당 캐롤라인 노크스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입법추진위원회가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모델 로지 넬슨(23·여)이 패션업계의 건강 기준을 명시한 이 법 제정을 위해 서명 운동을 시작한 가운데 현재까지 11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냈다.

모델들과 그들을 고용하는 에이전시의 입장은 대립하고 있다. 넬슨은 “항상 ‘뼈만 남을 때까지’ 몸무게를 줄이도록 강요받았고, 충분히 마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에이전시들로부터 외면받았다”면서 “16세 정도로 어린 모델들도 물리적으로 더는 몸무게를 감량할 수 없을 때까지 강요를 받는다”고 말했다. 한 호주 출신 모델은 “지나친 다이어트로 정신을 잃은 친구들이 런웨이에서 끌려내려가고 재빨리 다른 모델로 교체되는 것을 많이 봐왔다”면서 “한 번의 쇼를 위해 과일과 채소만 먹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팝콘만 먹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모델조합의 한 관계자는 “어떤 에이전시들은 살이 너무 없어 광대뼈가 푹 꺼진 아파보이는 인상을 좋아한다”면서 “하지만 섭식장애를 가진 모델들 가운데는 실제로 저체온증 등의 합병증을 가진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명 모델 야스민 르봉 등이 소속된 에이전시 ‘모델스 원’의 임원인 존 호너는 “지나친 다이어트로 건강을 해친 모델을 거의 본 적이 없다”면서 모델들의 이같은 주장에 맞섰다.

너무 마른 모델의 활동을 이미 금지하고 있는 스페인에서는 체질량지수(BMI)가 18 이하일 경우 런웨이에 설 수 없고 이탈리아에서는 모델에게 건강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BMI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BMI가 18일 경우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디언은 “모델들의 평균 BMI는 16”이라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