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30대 여성 가운데 세 명중 한 명은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라는 짧은 통계 뉴스가 2일 전해졌습니다. 통계청이 만들었고, ‘2015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를 이용했습니다. 결혼 출산 육아를 포기한다는 N포세대 사회에서 그나마 결혼에 성공한 30대 기혼 여성은 290만 명쯤 됩니다. 이 가운데 109만 명이 직장을 그만둔 걸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직장을 그만둬야만 했던 이유는 결혼(36.9%), 육아(29.9%), 임신 및 출산(24.4%), 가족 돌봄(4.9%) 순이었습니다. 직장생활 자체가 싫어서라는 답변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를 반영한 것일까요. 통계청의 이 소식에 붙은 댓글에는 여성들의 푸념이 집중적으로 쏟아졌습니다.
가장 많은 공감은 “저 경단녀란 말 너무 혐오스럽다 진짜”라는 글이 차지했습니다.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해야 하는 여성을 보고 생각도 없이 경단녀!”라고 했습니다.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둔 게 아니라 결혼 육아 임신 및 출산 그리고 가족돌봄 때문에 집에서 아이와 지낼 수 밖에 없는 여성들에게 ‘경단녀 경단녀’ 운운하는 건 바꿔 생각해봐도 모욕적일 것 같습니다.
대체로 우리사회에선 ‘~녀’라는 호칭이 많은 거부감을 준 것도 사실입니다. ‘지하철 개똥녀’가 갑자기 떠오르네요. ‘경단녀 해소’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정책 초점은 ‘경단녀 용어 철폐’부터 시작해야할 듯 합니다.
월급 빼고 집값 전셋값 밥값 다 오르는 경제 여건 상 맞벌이가 아니면 경제생활이 여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엄마들 댓글도 보였습니다. “애 안보고 일하면 일만 한다고 뭐라 해, 집에서 애만 보면 맘충이라고 욕해”라며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무언가를 객관적으로 전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음슴체(음이나 슴으로 끝나는 문체)’를 사용해 팩트를 드라이하게 전달한 글도 있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의료기사로 일했음. 결혼하고 타 지역 왔더니 임신할 거 같다고 취업 안됨”이라며 “피임하냐고 묻는 원장도 있었음”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아기 낳고 나니 아기 어리다고 취업 안됨”이라며 “그럼 난 대체 언제 일할 수 있니”라고 물었습니다.
덧붙여 남성들이 절절하게 들어야할 이야기 “결혼은 둘이 하는데, 살림과 육아는 어머니만?”이라며 “아버지는 어디 있나요?”라는 절규가 이어졌습니다. 한국은 남녀 임금 격차, 고등교육, 기업임원 비율 등을 종합해 산출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 100점 만점에 25.6점으로 OECD 국가 중 1등을 차지했습니다. 물론 뒤에서 말입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엄마도 힘들어요, 경단녀라 마세요” 셋 중 하나, 탈직장 30대 엄마들
입력 2015-12-02 1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