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호씨 사연은 1인미디어 ‘정락인닷컴’이 전날 “내 아들 때려 죽였는데, 징역 3년이라니요?”라는 제목의 기사로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부산지법은 지난달 27일 피해자 박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기소된 김모(23)씨와 김모(21)씨 등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사건은 지난 5월23일 새벽 부산 사하구 길거리에서 발생했습니다. 가해자들은 쳐다봤다는 이유로 박씨를 무차별 폭행해 뇌사에 빠뜨렸습니다. 가해자 중 한 명이 박씨를 무릎으로 폭행했고, 또 다른 가해자는 박씨가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데도 계속 얼굴과 머리를 발로 찼다고 합니다. 박씨는 뇌가 함몰되며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8일 만에 숨졌습니다.
가해자들은 사건 이튿날인 5월24일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이들은 애초 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는데 이후 박씨가 숨지자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가해자들에게 각각 징역 9년과 8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가해자들이 ‘술에 취했었고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인데다 죽을 줄 모르고 때렸기 때문’이라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비탄에 빠져 있다고 합니다. 멀쩡했던 아들이 맞아 숨졌는데 어떻게 징역 3년이냐는 것입니다.
정락인닷컴은 빵을 훔쳐도 3년이라며 2010년 조모씨 사건을 소개했습니다. 조씨는 2010년 전남 보성군에서 배추 2포기를 뽑다 마을주민에게 들키자 나뭇가지로 마을주민을 수차례 때린 혐의로 징역 3년6월을 선고 받았다고 합니다.
저도 법원이 올해 징역 3년을 선고한 사건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에는 전국법원의 주요판결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고 있는데요. 최근 징역 3년이 선고된 사건이 무엇이 있는지 검색해보았습니다.
1. 12세 여아 여관으로 데려가 추행한 사건
피고인은 2014년 5월 6일 부산 사하구 한 편의점에서 라면을 뜯은 상태로 계산할 돈이 없어 곤란한 처지에 빠진 피해자 A양(12)에게 호의를 베풀며 자신이 거주하던 근처 여관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이어 A양의 가슴을 만지고 입맞춤을 했고 급기야 A양의 양쪽 가슴을 빠는 등 추행했습니다. 법원은 성범죄 처벌 전력이 없지만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해 징역 3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아울러 피고인 신상정보를 3년간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2. 뇌물 받고 선박출항 허가해준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
해양수산부 6급 공무원인 피고인은 출항정지를 해소시켜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범죄 전력도 없이 초범인데다 18년간 성실히 공직에 임해왔으며 당뇨병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모두 고려해 징역 3년과 벌금 1억20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3. 층간소음 살인미수 사건
피고인은 2014년 8월 새벽 50대 피해자의 새벽 출입문 여닫는 소리에 불만을 제기했다가 피해자가 “욕하지 말고 집으로 들어가세요”라고 말하자 격분해 집에 있던 칼을 들고 나와 피해자를 찌르려고 했습니다. 피해자는 오른쪽 어깨를 찔리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이 미수에 그쳤고 원만히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 우발 범행인 점 등을 고려해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4. 회삿돈 3억원 횡령 사건
피고인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한 회사에 근무하면서 총 128회에 걸쳐 회사자금 3억여원을 횡령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에게 사기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5. 수면제 박카스 금품 편취 사건
피고인은 여러 명의 고령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박카스나 커피에 수면제를 타서 먹인 뒤 돈을 가로챘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했고 피해회복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으나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사기죄 2건 벌금형 외에 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6. 울산 16세 여학생 강제추행 사건
피고인은 지난 5월 성적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길거리를 배회하다 영어학원에 들어가 혼자 공부하던 16세 여학생을 발견하고 강제 추행했습니다. 피고인은 성행위를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피해자의 배를 수차례 때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고 피해자가 큰 충격을 받은 점을 고려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5년간 신상정보 공개와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습니다.
자, 이렇게 법원이 징역 3년을 선고한 판례는 대체로 여성을 성추행하거나 남의 돈을 빼앗거나 혹은 남을 다치게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남을 죽을 때까지 때려 숨지게 한 사례는 일단 찾아보기 어려웠는데요. 심지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살인미수 사건에도 법원은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어떻게 남을 죽을 때까지 때린 사람들이 성추행범이나 사기범, 살인미수범 등과 같은 양형을 선고받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분교수’도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는데 말이죠. 세상에 사람 목숨을 빼앗는 것보다 무거운 범죄가 있을까요?
더구나 박씨를 숨지게 한 가해자들은 징역 3년은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고 합니다. 법원이 2심에서는 어떤 판결을 내릴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