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장면 SNS에 올린 고교생으로 인해 술집 업주 경찰에 덜미

입력 2015-12-02 12:52
야간자율학습을 팽개치고 술잔을 돌리던 고교생들이 자충수를 뒀다.

질펀한 술자리를 촬영해 사화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학교 측에 음주사실이 들통 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밤 광주 남부 방림동의 한 허름한 술집에서는 학교 교실에서 무단이탈한 고교들이 어울려 술판을 벌였다. 남구의 한 고교 1학년인 A군 등 고교생 6명은 이날 3시간여 동안 소주 12병과 맥주 13병을 섞어 일명 ‘폭탄주’를 마셨다. 성인들도 감당하기 힘든 주량이었다. 야간자율학습을 이탈한 해방감에 젖은 이들은 이후 음주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SNS에 올렸다.

술집주인 B씨(55·여)는 “단속될지 모르니 떠들지 마라”고 잠시 말렸을 뿐 매출을 올리는 데만 눈이 멀어 학생들이 주문한 술과 안주를 나르기에 바빴다. 33㎡의 넓이에 작은 탁자 7개가 놓인 이 술집에서 평일 저녁에 술을 마시는 학생들을 말리는 어른은 한 명도 없었다.

“원샷!”

구호를 외칠 때마다 학생들은 호기를 부리며 모둠어묵과 꼬치구이 등을 안주삼아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거듭 술잔을 비워갔다.

A군 등은 앞서 지난 9월에도 친구의 생일파티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곳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학생들이 속칭 ‘직찍(직접 찍은 사진)’을 통해 SNS에 올린 사진을 본 한 학부모가 교육청에 제보한 것이다. 교육청은 논의 끝에 학생들의 음주 사실을 해당 고교에 통보했다. 많은 술병과 안주가 놓인 탁자에 둘러앉아 손가락으로 브이(V)를 만들며 술자리를 만끽하던 학생들은 순식간에 궁지에 처했다.

술집 사장 B씨도 마찬가지 신세가 됐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2일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한 혐의(청소년보호법 위반)로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B씨가 ‘성인’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고 고교생들에게 17만원 상당의 소주와 맥주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B씨가 지난해 9월에도 청소년 3명에게 3만4000원 상당의 술을 팔다 적발돼 벌금 50만원, 영업정지 2개월을 처분 받은 전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고교생들이 SNS로 인해 자승자박한 꼴이 됐다”며 “음주장면이 사진에 확실히 찍혀 술집 주인이나 학생들 모두 관련사실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