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대구 남부교회 이국진 목사 "길게 이기고 있을 필요는 없다"

입력 2015-12-02 10:07

지난주에 있었던 프리미어 12 한일간의 준결승전은 정말 짜릿한 승부였다. 5회까지 일본의 에이스 투수 오타니에게 노히트를 당하고 있었고, 8회까지 겨우 1안타만을 친 채 스코어는 3대 0으로 끌려가는 경기였다. 하지만 9회초에 5안타 4점을 뽑아내며 4-3 역전승을 이루며 결승에 진출했다.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부를 수 있는 공도 손을 올리지 않으면서 우리 팀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희박했었다. 오타니라는 괴물 투수 앞에서 우리의 강타자 박병호나 이대호가 속수무책인 것을 보는 것도 괴로운 일이었다.

이제 포기하고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 9회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연달아 3안타를 몰아치더니 순식간에 4점을 따낸 것이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또 다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방송을 중계하던 아나운서는 9회에 이런 멘트를 했다. “야구는 길게 이기고 있을 필요는 없는 것이거든요.” 그게 일본 야구팀에 대한 뼈아픈 말이었다. 일본 팀은 일찌감치 3-0으로 경기를 리드하면서 야구장의 분위기를 일본 분위기로 만들었었다. 그들이 분명 이기는 줄로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한국의 결승진출이었다.

잠자리에 누웠는데 야구 해설자가 했던 말이 뇌리에서 가시지 않는다. 야구는 길게 이기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바로 그 말이다. 어디 야구뿐이겠는가? 모든 것이 그렇지 않은가? 결국 최후에 웃는 사람이 승자인 것이지, 중간에 웃어봤자 아무 소용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당장 지고 있을 때는 그런 말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고 있을 때는 우울해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끌려 다니기 십상이다. 그 말을 했던 아나운서도 8회까지는 그런 말을 하지 못했다. 물론 이런 저런 이야기로 우리 팀에게 소망이 되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었지만, 9회에 점수를 뒤집어 놓자 그런 명언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지고 있을 때 이런 명언을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들고 어려운 인생을 살아갈 때 그것이 힘들어서 울고만 있지 말고, 지금 이기고 있는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며 결국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승리하는 것임을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가 그런 생각을 잘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과연 나의 미래가 밝을 것인가 하는 불확실성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야구 해설자도 8회까지는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들은 하나님의 약속 위에 있다. 그리스도께서 이미 사탄의 권세를 물리치고 죽음의 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셔서 궁극적으로 승리하셨고, 우리를 그 승리의 대열 가운데로 초대하고 계신다. 우리는 결국 망하게 돼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승리하게 돼 있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비록 우리는 이 세상에서 고난을 당하기도 하고 어려움을 당하기도 하겠지만 모든 것을 합력해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이 계신다.(로마서 8장 28절) 만일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시면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있을 것인가?(로마서 8장 35절, 38~39절) 성경은 우리들에게 확증해 주신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로마서 8장 37절) 지금 힘들더라도 좌절할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인생은 결국 승리하게 돼 있으니까 말이다.



이국진 목사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