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올해 크리스마스에 집에 못갈 거 같아요. 내년에 꼭 갈게요. 죄송해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도착한 딸의 음성 메시지.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가족사진을 매만진다. 홀로 앉은 식탁은 더없이 넓어 보이고, 전구로 장식된 트리도 초라하게 느껴진다. 할아버지는 맛이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조용히 음식을 씹어 삼킨다.
크리스마스 당일. 각자의 생활로 바쁜 자식들은 집에서, 직장에서, 출장을 간 타지에서 뜻밖의 소식을 듣는다. 아버지의 부고다.
자식들은 곧장 모든 일을 미뤄두고 집으로 모인다. 슬픔에 빠진 자식들을 맞은 건 음식이 가득 찬 식탁과 ‘살아 있는’ 아버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그는 믿기지 않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아들과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희를 전부 모이게 할 다른 방법이 있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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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이렇게라도 보고 싶었다” 크리스마스 광고 ‘눈물’ (영상)
입력 2015-12-02 00:48 수정 2015-12-02 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