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들이 가깝기 전에” (전도서 12장1절)
가야금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형과 함께 피아노를 배우러 다녔다. 최혁재 지휘자는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피아노를 쳤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음악쪽으로 진로를 정하려고 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가 음악 쪽으로 진지하게 진로를 결정하게 된 시작은 ‘오기’였다. 하지만 이 시작부터 하나님은 그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 교내 합창대회가 있었고 피아노를 나만큼 잘 칠 줄 아는 애는 없겠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웬걸 자신보다 더 피아노를 잘 치는 애가 있었고 그 아이가 피아노를, 자신은 얼떨결에 마음에도 없었던 지휘를 맡게 됐다. 하나님은 그에게 지휘봉을 맡길 계획이었다.
최혁재는 “피아노를 그때 맡게 됐다면 아마 저는 그냥 피아노를 사이드로 치고 전공은 다른 쪽을 선택했을지 모르겠어요. 근데 그때 다른 애가 피아노를 맡게 되면서 오기가 생겼고 놓고 있던 피아노 레슨을 다시 받기 시작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피아노 레슨을 시작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더 많이 듣게 됐고 그는 세계적인 클래식 대가들도 알게 됐다. 세계적인 지휘자들의 무대도 영상을 통해서 접하게 됐다. 그는 처음으로 동경의 대상을 갖게 됐다. “저 지휘자 정말 멋지다!”
하지만 아버지와 할머니는 그가 음악 쪽으로 가는 것을 반대하셨고 서울예고에 합격하면 음악을 계속하라는 지상명령이 떨어졌다. 서울예고에 합격하기 위해 태어난 이후로 그리고 지금까지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아파트 앞 상가에 있었던 작은 개척교회였던 오륜교회(김은호 담임목사)의 열쇠를 받아 교회 피아노를 밤새 두들겼다. 당시 지휘과가 예고에 없었던 터라, 피아노과로 입시를 치러야했다.
“그때 하나님께 정말 열심히 기도했던 것 같아요. 하나님 예고에 붙여주세요. 지휘자가 되고 싶어요. 되면 지금보다 더 교회 음악으로 봉사 열심히 잘 할게요.”
하나님이 어린 최혁재의 기도에 답해주셨다. 그것도 우리나라 최고의 코스로만 그의 길을 인도하셨다. 서울예고, 서울대 지휘전공 학사 졸업, 세계 최고의 빈 국립음대 대학원 오케스트라 지휘 졸업에 이르기까지. 이후 비엔나캄머필, 비엔나페스티발 오케스트라, 불가리아국립, 바흐 콜레기움 슈트트가르트, 룩셈부르크 방송악단, 체코 리브레츠 극장 오케스트라 등에서 지휘자로 섰다. 귀국해서는 부천시향, 울산시향, 원주시향, 성남시향, 필하모니아코리아 등을 거쳐 경기 필하모닉 부지휘자를 역임했다. 현재는 금천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로 있다.
그는 “하나님과 약속해서 서울예고에 입학했기 때문에 딴 건 몰라도 교회에 빠지거나 교회에서 일을 맡겨주셨을 때 소홀히 하지 않는다”며 “고2 때 제주도 캠프에 간적이 있었는데 주일날이 겹쳐서 하루 먼저 돌아왔다”고 했다.
중학생 때부터 섬겼던 그는 비엔나에서 고된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가장 먼저 한 것이 교회를 섬기는 것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오륜교회에서 7년 정도 피아노로 섬기고, 어머니 교회인 분당구미교회에서 4년 정도 피아노로 섬겼다. 귀국 후에는 강남순복음교회에서 호산나찬양대 지휘자로, 왕십리감리교회(현 꽃재교회)에서 4년 정도 지휘자로 섬겼다. 현재는 분당만나교회 지휘자로 1년째 섬기고 있다.
그는 “오륜교회에서 예고의 꿈을 꾸면서 교회에서 정말 최고의 음악을 하나님께 올려드리고 싶었다”며 “세상의 어느 음악보다 더 좋은 음악, 최고의 음악을 올려드려야 할 분은 하나님”이라고 전했다. “세상의 화려한 무대도 중요하지만 교회 음악은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비전에 대한 질문에 그는 성경의 역사적인 부분들을 다룬, 종교적 극음악인 ‘오라토리오’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바흐의 ‘요한수난곡’을 부천시립합창단이랑 했었는데 그런 음악을 많이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바흐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노래한 40곡으로 ‘요한수난곡’을 구성했다. 이 대작은 제목처럼 신약성경 ‘요한복음’ 18장과 19장에 적힌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의 수난을 그리고 있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
“하나님께 최고의 음악 올려 드려야” 세계 최고의 지휘학교 졸업한 이 남자…스타인헤븐
입력 2015-12-02 08:28 수정 2015-12-02 0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