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광주시청 지하에 승용차를 몰고 들어온 공무원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시장 전용주차장 바닥에 낯선 임산부와 장애인 표시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 전용주차장은 2004년 상무지구로 이전한 광주시청 지하 1층에서 승강기와 인접한 곳이다. 그동안 반짝반짝하는 고급 ‘검정 승용차’의 전유물이 돼 왔다.
하지만 민선 6기를 이끄는 윤장현 시장은 사회적 약자인 임산부와 장애인을 배려해 간부전용주차장을 내주도록 했다. 청사 내로 편하게 진입할 수 있는 전용주차장이 임산부와 장애인을 위한 ‘배려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윤장현 광주시장의 ‘탈 권위주의’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윤 시장은 취임 직후 공식행사에 참석하는 시장의 편의를 위한 총무과 ‘의전계’ 공무원 5~6명을 다른 부서로 배치했다. 첫 조직개편에서는 의전계를 아예 직제에서 없앴다.
행사에 참석하는 시장의 동선과 이동시간 파악, 참석자 제한 등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로 인해 시장이 차량에 타고 내릴 때 문을 열어주는 ‘권위적 장면’ 등은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윤 시장은 시 예산에서 관리비를 충당해온 시장공관에도 입주하지 않았다. 그는 부촌(富村)에 자리 잡은 쌍촌동 공관인 H아파트를 매각하도록 했다. 윤 시장은 현재 광주시 부시장 등을 지낸 9순의 아버지를 모시고 학동의 사택에서 이전과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다.
외국이나 서울에 갈 때 수행비서를 동행하지 않는 것도 종전과 달라진 점이다.
윤 시장은 김포공항에 도착해 서울 사무소 직원들과 합류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폼 나는 출장’을 거절하고 있다. 세금을 아끼겠다며 해외 출장을 갈 때는 가격이 저렴한 이코노미석을 고집한다. 아늑한 공항 귀빈실도 기웃거리지 않는다.
관용차도 3000cc급 고급 승용차에서 소형전기차 ‘소울’로 대체했다. 이마저 관용차가 부제에 걸리는 날에는 지하철을 이용한다. 자신의 집에서 학동역에 걸어간 뒤 운천역에서 내려 시청까지 다시 걸어가면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대화를 나눈다.
해외에 나갈 때는 값비싼 ‘비지니스석’ 대신 저렴한 ‘이코노미석’을 애용한다. 시청 안내 데스크 옆 시장 전용 승강기도 일반 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광주발전연구원과 광주비엔날레 이사장 자리 역시 조직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민간체제로 전환하며 물러났다. 전용 의자나 책상, 심지어 마이크도 없이 직원들과 같은 철제 의자에 앉아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윤 시장은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자치단체장 후보 중 유일한 ‘전략공천’을 받아 비교적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광주시 김준영 대변인은 “시민들과 친근하게 어울리는 시장의 면모를 보면서 진정한 서민시장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며 “민선 6기의 문턱이 예전보다 훨씬 낮아졌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윤장현 광주시장의 파격적인 '탈 권위주의' 행보 눈길…고급 관용차·관사 없애고 도보출근도
입력 2015-12-01 1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