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밥이 뭐가 중요해? 우리는 한 팀이다…누리꾼 훈훈

입력 2015-12-01 00:03 수정 2015-12-01 17:55
지식채널e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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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여자배구단의 짬밥(경력)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 답은 바로 선수들이 든 짐을 보면 알 수 있다.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프로여자배구단의 엄격한 위계질서에 대한 글과 사진이 게재됐다. 그건 EBS 단편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지식채널e’에서 소개된 내용이었다.

게시물에 올라온 ‘지식채널e' 캡처 사진에는 선수단이 이동할 때 경기 등에 필요한 제반 용품을 선수들이 직접 옮기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선수들이 옮기는 물품의 개수는 짬밥에 따라 달랐다. 먼저 1~4년차의 선수들은 양쪽 팔과 어깨에 많은 짐을 들고 멨다.

하지만 이와 달리 연차가 높은 선수들은 힘든 허드렛일엔 나서지 않는다. 여자 배구선수인 한 선수의 설명에 따르면 5년 차는 들고 싶으면 들고 6년 차부터는 안 들어도 된다.

그리고 그는 이어 “다른 팀도 다 이렇게 한다. 원래 이런 건 짬 안 되는 애들이 하는 거야”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감독과 주장이 교체되며 팀이 큰 변화를 맞은 가운데 팀의 역사를 함께한 ‘맏언니’ 한유미 선수까지 복귀했다. 한유미 선수는 2년 만에 자신이 데뷔했던 고향 현대건설에 복귀한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 우승은 현대건설에서 하고 싶다”고 말하며 복귀한 ‘맏언니’는 옛날엔 미처 보지 못했던 구단생활의 가장 큰 문제점을 발견했다.

“왜 같은 팀인데 귀찮은 건 후배를 시키는 거야?”

한유미 선수는 선수 생활 14년차에 접어든 일반 선수들은 범접할 수 없는 하늘과 같은 ‘짬밥’의 선배였다.

그러나 한유미 선수는 힘든 일은 모두 후배 선수들만 도맡는 부조리함을 지적했다.

그래서 한유미 선수는 “우리는 한 팀이다. 후배들이 하는 허드렛일 내가 같이 한다. 나머지는 하고 싶으면 해라”라며 솔선수범해 후배들과 함께 짐을 나눠들었다.

그러자 선수들 사이에는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유미 언니가 드는데… 눈치도 보이고 이왕에 하나씩 더 들자”며 연차 높은 선배들이 한유미 선수를 따라 더 무겁고 많은 짐을 들었다.

지난해 2년차 후배는 조립식 공받이 철골 두 개, 아이스박스 하나, 매트 하나 등 총 12㎏을 들고 옮겼다.

그러나 올해 2년차에 접어든 후배는 매트 두 개, 공주머니 하나 총 5㎏으로 지난해의 반에도 미치지 않는 짐을 들었다.

한유미 선수가 이러한 변화를 가져오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운동을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10년 넘게 있었던 현대건설은 내 20대와 같다. 여기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다. 올 시즌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운좋게 구단에서 받아주셨다. 내 노하우를 최대한 많이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팀에 도움이 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윗사람이 변해야 아래가 변한다” “제가 변해야 됩니다” “이 땅에 백날 밑에 X들 십만명 불평해봤자 안 달라진다. 꼭대기가 바뀌어야 한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