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날 운명이 엇갈린 최고 마무리 임창용과 손승락

입력 2015-11-30 17:00
임창용과 손승락은 올 시즌까지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로 군림했다. 임창용은 올해 삼성에서 39세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세이브왕을 따냈다. 손승락(33)은 넥센에서 2010·2013·2014년에 구원왕을 수상했다. 하지만 30일 두 선수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렸다. 임창용은 해외원정 도박 파문으로 팀에서 방출됐다. 손승락은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터트리며 새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불명예 은퇴위기 임창용=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5년 프로야구 선수 중 2016년 구단별 재계약 대상인 보류선수 551명의 명단을 각 구단에 공시했다. 원정도박 혐의로 피의자 신분이 된 임창용은 삼성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사실상 방출이다.

임창용은 지난 27일 2차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 삼성이 짠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도 이름이 빠졌다. 임창용은 문서상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신분이 됐다. 그러나 지난 25일 임창용이 검찰에 소환된 것이 알려지면서 다른 구단이 지명을 백지화한 상태다. 한국프로야구에서 114승 72패 232세이브를 거두고, 일본과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한 베테랑 임창용은 불법 원정도박에 발목이 잡혀 불명예 은퇴 위기에 몰렸다.

다만 원정도박 의혹으로 임창용과 함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윤성환(34)과 안지만(32)은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됐다. 두 선수는 비교적 젊은데다 수사가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해외원정 도박 파문은 바다건너 일본까지 확대되고 있다. 바로 삼성에서 2013년까지 마무리로 뛰었던 오승환(33·한신)이 그 주인공이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호치는 “한신 구단이 한국에서 도박 연루에 의혹을 받고 있는 오승환에 대해 이달 진상 조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한신 구단 사장은 “어디까지나 한국에서 보도되고 있는 문제로 진실이 무엇인지 모른다”면서도 “향후 사건 전개에 따라 재조사할 필요성도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추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신 구단도 2년 연속 팀 수호신으로 활약했던 오승환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FA 대박 터트린 손승락=손승락은 롯데와 4년, 총액 60억원(계약금 32억원·연봉 7억원) 조건으로 FA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삼성 안지만(65억원) 다음으로 역대 불펜투수 두 번째 최고액이다. 손승락은 2005년 현대에 입단해 올해까지 383경기에 나서 30승 35패 177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롯데는 지난 시즌 허약한 불펜에 발목이 잡혀 하위권을 전전했다. 롯데의 올해 팀 세이브 1위는 심수창으로 5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FA 시장에서 중간 계투 윤길현과 마무리 손승락까지 영입함에 따라 이런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손승락은 “마무리 투수로 성장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한결같은 넥센 팬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롯데 구단과 팬들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며 “내 가치를 인정해줘 감사드리며 새로운 야구 인생과 롯데의 우승을 위해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