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불쌍해서 어떡해”… 한화, 혹사 논란의 도화선 싹둑?

입력 2015-11-30 16:05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투수 이동걸(32)을 사실상 방출했다. 이동걸은 김성근(73) 감독이 부임한 올 시즌 초반 석연치 않은 빈볼(Bean ball) 논란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던 투수다. 이동걸의 빈볼 논란은 한화의 혹사 논란을 불붙인 도화선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51명의 보류선수 명단과 여기서 빠진 64명을 30일 공시했다. 보류선수는 구단이 다음해 계약체결권을 보류한 선수들이다. 그나마 다음해 재계약의 여지가 남은 사례다. 구단은 다음해 재계약하지 않을 선수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한다. 사실상 방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진 선수는 대부분 이적이나 은퇴를 선택한다.

한화는 KBO리그의 10개 구단들 가운데 가장 많은 13명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동걸도 포함됐다. 이동걸은 한화의 주력 요원은 아니었다. 승패와 무관한 상황에서 마운드를 밟았다. 추격조나 패전처리가 이동걸의 몫이었다. 올 시즌 KBO리그 32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4.47을 기록했다. 이동걸을 바라보는 야구팬들의 시선에 안타까움이 서린 이유다.

이동걸은 1군 등록 첫 날인 지난 4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빈볼 논란에 휘말렸다. 이동걸은 1대 15로 뒤진 5회말 2사 2루 때 타석을 밟은 황재균(28)의 엉덩이로 공을 던져 맞혔다. 앞서 이동걸이 던진 두 개의 공도 몸쪽 깊숙이 날아갔다. 황재균은 모두 피했지만 세 번째 공을 맞을 땐 화를 참지 못한 듯 마운드로 걸어가며 항의했다.

이동걸은 여기서 사과나 반박을 하지 않고 곤란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두 팀 선수들이 벤치클리어링을 벌이고 이동걸이 심판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으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야구팬들의 시각에선 이동걸도 피해자였다. 황재균은 7대 0으로 앞선 1회말 도루에 성공했다. 크게 앞선 상황에서 승부욕을 발휘한 황재균을 견제할 목적으로 한화 코칭스태프의 빈볼 지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동걸이 세 번째 공을 던지기 직전에 납득하기 어려운 지시를 받은 듯 왼쪽 눈을 찡그린 점, 1군 등록 첫 날부터 퇴장을 감수하고 빈볼을 던질 투수가 있겠냐는 점은 야구팬들의 이런 주장에 설득력을 더했다. 이동걸은 경기를 마치고 “상황이 복잡하다”며 말을 아꼈다.



야구팬들은 이동걸이 한화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진 소식을 놓고 들썩거렸다. 7개월 전 빈볼 논란도 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야구팬들은 “토사구팽” “피해자”라며 이동걸을 위로했다. 이동걸이 결혼식을 닷새 앞두고 사실상 방출 통보를 받은 점도 야구팬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동걸은 다음달 5일 서울 라마다호텔에서 웨딩마치를 울린다.

한화는 이동걸을 비롯해 투수 박성호(29), 허유강(29), 최영환(23), 포수 이희근(30), 지성준(21), 내야수 한상훈(35), 임익준(27), 이도윤(19), 외야수 오윤(34), 이양기(34), 외국인 선수 제이크 폭스(32·미국)를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하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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