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걸렸습니다”- 기후변화 회의 파리시내 폭스바겐 등 풍자광고

입력 2015-11-30 14:24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개막한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길거리에는 이번 회의를 후원하는 대기업을 조롱하는 광고들이 대거 등장했다.

영국 BBC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기업의 영향력 강화에 시각적 이미지로 저항하는 예술가 집단을 표방한 ‘브랜달리즘(Brandalism)’은 파리 시내버스 정류장 등에 풍자 광고 600여개를 부착했다.

배출가스 저감 장치 조작 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에 대한 광고에서는 “미안합니다…걸렸습니다”라는 문구 밑에 ‘환경에 신경쓰는 것처럼 보이려다가 덜미를 잡혔습니다.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닌데’라는 설명이 달렸다.

항공사 에어프랑스 광고인 척하면서 ‘기후변화와 싸우느냐고? 물론 아니다. 우리가 문제 해결의 일부인 것처럼 보이게 하고 우리 이익이 영향 받지 않도록 하고자 기후총회를 후원한다’는 문구가 붙었다.

고개 숙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머리 위에 연기를 내뿜는 커다란 굴뚝 여러 개를 합성한 광고 등 회의 참가국 정상들을 희화화한 광고도 있다.

환경단체들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생산활동과 연계된 기업들이 기후변화 국제회의를 후원하는 것을 ‘녹색 세탁’이라며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환경단체인 ‘유럽기업감시’의 한 활동가는 “기업들은 기후총회를 사업 기회로 본다. 사업은 평소처럼 그대로 하면서 자신들이 더 ‘녹색’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다른 활동가는 “세계 최대의 오염 배출 기업들을 초대해 기후총회 비용을 내라고 하는 것은 여우에게 닭장을 지키라고 맡긴 꼴”이라고 촌평했다.

하지만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지난 9월 “기업도 기후총회 관련 일정의 일부”라며 이해당사자로서 참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