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의학전문대학원에 함께 다니는 남자친구에게 장시간 ‘데이트 폭력’을 당한 여성의 호소글이 인터넷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가해 남성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한 데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이란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광주지법은 지난달 14일 상해죄로 기소된 의전원생 박모(33)씨에게 벌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국민일보가 29일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3월 28일 새벽 3시 여자친구 이모(31)씨의 전화응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집에 찾아가 약 2시간 동안 폭행했다(이씨는 4시간 이상 감금·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뺨을 때리고 걷어차는 등 박씨의 폭행에 이씨는 우측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3주 상해를 입었다.
형법상 상해죄의 법정형은 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일반상해의 경우 법원 양형기준은 징역 2개월(감경구간 최저)~2년(가중구간 최대)에 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재판부는 “폭행이 2시간 이상 계속돼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징역형 대신 벌금형을 택했다. 박씨가 지난 6월 다른 여성 A씨를 폭행한 혐의(피해자와 합의)가 추가돼 12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벌금형을 택한 이유로 6가지를 들었다. ①박씨가 반성하고 있고 ②음주운전 1회 외엔 전과가 없고 ③다른 피해자 A씨가 처벌을 원치 않고 ④이씨의 상해 정도가 중하지 않으며 ⑤박씨가 이씨를 위해 500만원을 공탁했고 ⑥집행유예 이상 형을 받으면 학교에서 제적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이에 이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이런 사람이 의사가 된다는 게 말이 돼? 더욱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데 의전원생이라 봐줬다 이거야, (중략) 정말 말도 안돼”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씨에게 폭행당할 동안 도망칠 수 없었던 상황도 설명했다. 감금·협박으로 추가 고소한 건은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법원 관계자는 “피해자 입장에서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죄의 경중과 선고 결과로 피고인이 받게 될 처벌의 정도를 따져야 하는 게 판사의 임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치 3주 상해’ 행위가 향후 의사 직업을 못 갖게 할 만한 것인지를 고려해 내린 가치판단의 결과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판결과 학교 측의 소극적 대응으로 이씨는 지금도 박씨와 함께 학교를 다녀야 하고,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의전원 데이트폭력 판결문 뜯어보니… 벌금형 선고한 6가지 이유
입력 2015-11-30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