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주의 미국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 Federation of America) 진료소에서 총격사건을 벌여 3명을 숨지게 한 용의자 로버트 루이스 디어 2세(57)가 경찰신문에서 “아기 장기 더 이상 안 돼”(no more baby parts)라는 진술을 했다고 미국 NBC 뉴스가 익명의 수사 관계자 2명을 인용해 28일(현지시간) 전했다.
다만 이 수사 관계자들은 디어가 낙태 옹호 단체인 가족계획연맹에 관해 이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진료소를 공격하기로 한 결정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디어는 또 진술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관한 언급도 했다고 NBC 뉴스는 전했다.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디어가 콜로라도 스프링스로부터 약 70㎞ 서쪽에 있는 콜로라도주 하첼 시의 숲 속에 주차된 캠핑 밴에서 전력이나 수도도 없이 살았으며 이웃과 거의 접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디어는 작년에 6000달러를 주고 약 2만㎡ 규모의 공터를 사들여 캠핑 밴을 주차했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여러 곳에서 이동식 주택에 살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구스크릭에 사는 디어의 전처 파멜라 로스는 찰스턴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더 포스트 앤드 쿠리어’에 “모든 사람들이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산다”고 말했다.
디어와 로스는 약 15년 전에 이혼했으며 그 후로는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로스는 말했다.
디어는 1997년 로스를 상대로 가정폭력을 행사한 혐의와 2002년 이웃집 여성을 엿본 혐의 등으로 체포된 적이 있으나 이런 중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지는 않았다. 다만 2004년에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동차를 운행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용의자 디어에 관한 신상정보는 모두 주변 사람들에 대한 탐문과 열람이 가능한 공식 기록을 근거로 한 언론 보도에서 나온 것이며, 공식 확인된 바는 없다.
경찰은 28일 디어의 이름, 나이, 사진만 공개했으며 다른 사항은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보석 불허 조건으로 구금돼 있으며 30일 법정에 출두할 예정이다.
디어는 전날 오전 소총을 들고 진료소에 난입해 오전 11시 38분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과 건물 내에서 5시간가량 총격을 주고받으며 대치하다가 오후 4시 52분께 경찰에 투항했다.
그의 총격으로 진료소 내에 있던 민간인 2명과 경찰관 개럿 스웨이지(44) 등 3명이 숨졌으며, 경찰관 5명과 민간인 4명 등 9명이 다쳤다.
비영리단체인 미국 가족계획연맹은 1970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가족계획법에 서명한 후 연방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왔으나, 최근 수년간 미국 의회 보수파는 이 단체가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지원을 끊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콜로라도 낙태진료소 총격 용의자, ‘아기 장기 더는 안돼’ 진술”
입력 2015-11-29 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