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인 경관의 흑인 10대 용의자에게 무려 16차례 총격을 가해 숨진 동영상으로 촉발된 흑인사회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연말 쇼핑시즌이 본격 시작되는 블랙프라이데이인 27일, 시카고 최대 쇼핑가 미시간애비뉴에서 ‘정의를 위한 행진'으로 이름 붙은 대규모 항의 집회가 열렸다. 이날 시위에는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를 비롯해 1천여 명이 참석했다.
예년 같으면 고급 쇼핑객들이 분주히 오갔을 미시간애비뉴에 이날은 시위대가 점령했다. 시위대는 "흑인 생명이 돈보다 중요하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쇼핑몰이 밀집해있는 워터타워 앞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특별검사에 의한 투명하고 독립적인 사건 조사와 람 이매뉴얼 시장 탄핵, 게리 맥카티 시카고 경찰청장·아니타 알바레즈 검사장 파면 등을 요구하면서 "동영상 공개와 해당 경찰관 기소까지 13개월이 소요된 이유에 대한 당국의 정직한 답변"을 요구했다.
경찰은 미시간애비뉴에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기본적으로 평화시위를 보장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일부 시위대가 유명쇼핑몰 ‘워터타워 백화점' 진입을 시도하면서 대치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시위대 지도부는 "도시 한쪽에서 사람이 억울하게 죽어가고 있는데, 다른 한쪽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며 "경제활동에 타격을 안겨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이번 시위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시카고 시와 경찰은 15년 차 백인 경관 제이슨 반 다이크(37)가 지난해 10월 흑인 10대 절도 용의자 라쿠안 맥도널드(17)에게 15초간 16발의 총을 쏴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지난 24일 공개했다. 동영상 공개는 법원 명령에 의해 전격적으로 이뤄졌으며, 검찰은 동영상 공개를 불과 수시간 앞두고 서둘러 반 다이크를 기소했다.
조익한 기자 ikcho@kmib.co.kr
"생명이 돈보다 중요" 시카고 흑인들 쇼핑가 점령
입력 2015-11-28 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