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청룡영화상이 정말 좋아요. 상을 참 잘 주죠?”
청룡의 안주인 배우 김혜수(45)의 말이다. 제36회 청룡영화제 마지막 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작까지 결정된 뒤 그는 기쁨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얘기했다.
26일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전 부문 납득할만한 수상자 선정으로 빛이 났다. 주요 부문 연기상은 실력 있는 배우들 몫이었고,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작품들이 걸 맞는 인정을 받았다.
천만 영화 ‘암살’이 최우수작품상 영예를 안았다. 수상이 결정된 뒤 무대에 오른 최동훈 감독은 “버스도 안 다니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청룡영화상에서 작품상을 받다니 출세한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마이크 앞에 선 제작사 케이퍼필름 안수현 대표도 솔직한 한 마디로 웃음을 더했다. “오늘 (상) 한 개도 못 받고 가나 걱정했다.”
안 대표 말처럼 수상의 영광은 작품마다 골고루 돌아갔다. ‘베테랑’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다. 통쾌한 내용과 시원한 액션으로 올 여름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연기상 수상자 역시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유아인이 결국 남우주연상을 꿰찼다. ‘베테랑’과 ‘사도’에서 연이어 소름 돋는 연기력을 보여준 그는 올해 한국 영화계를 ‘씹어 먹은’ 스타였다. 유아인은 “매 순간 부끄러워하는 일로 다그치고 성장을 거듭하는 인간, 배우가 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여우주연상은 올해도 과감한 선택을 이어갔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이정현이 수상자로 호명됐다. 이정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감격의 눈물을 쏟으며 수상소감을 말했다. 지난해 독립영화 ‘한공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천우희의 모습이 겹쳤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천만요정’ 오달수는 “이런 큰 상은 처음이다. 다리도 떨리고 머리도 하얗다”며 얼떨떨해했다.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은 전혜진은 “여배우란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사도를 찍고 난 뒤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감사하려 한다”고 했다.
신인남우상은 ‘거인’의 최우식과 ‘간신’의 이유영이 차지했다. 신인상 수상의 기회를 놓친 이민호, 박서준, 박보영, 설현은 인기상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모두가 함께 웃는 축제 분위기 속에 시상식은 마무리됐다.
역대급 파행에 이어 몰아주기 수상으로 치명적 오점을 남긴 제52회 대종상영화제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 20일 후보들이 대거 불참한 채 치러진 대종상 시상식은 ‘국제시장’ 한 작품이 10관왕을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다음은 제36회 청룡영화상 전체 수상자(작).
▲최우수작품상=암살
▲감독상=류승완(베테랑)
▲남우주연상=유아인(사도)
▲여우주연상=이정현(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남우조연상=오달수(국제시장)
▲여우조연상=전혜진(사도)
▲신인남우상=최우식(거인)
▲신인여우상=이유영(간신)
▲신인감독상=김태용(거인)
▲인기스타상=이민호(강남 1970), 박서준(악의 연대기), 박보영(경성학교), 설현(강남 1970)
▲각본상=김성제&손아람(소수의견)
▲음악상=방준석(사도)
▲미술상=류성희(국제시장)
▲편집상=양진모(뷰티 인사이드)
▲촬영조명상=김태경&홍승철(사도)
▲기술상=조상경&손나리(암살-의상)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상 정말 잘 주는 청룡영화상”… 대종상의 악몽은 없었다
입력 2015-11-27 00:39 수정 2015-11-27 0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