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의 악연...의도적 침묵?” 북한, YS 서거 사실 끝내 보도안해

입력 2015-11-26 16:23

북한이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끝내 침묵했다.

북한 매체들은 장례식 당일인 26일 오후 4시까지도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고, 북한 최고 지도자 명의의 조전도 보내지 않았다.

이는 북한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악연'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거 소식을 의도적으로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김 전 대통령의 과거 대북 정책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과 김 전 대통령과의 '악연'이 3개의 사건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먼저 1993∼1994년에 1차 북핵 위기가 터졌을 때 김 전 대통령이 '핵무기를 가진 상대와는 결코 악수할 수 없다'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던 점을 꼽았다.

다른 하나는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당시 김 전 대통령이 조문을 위한 방북과 추모행사를 전면 금지한 것이라는 게 양 교수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인 1997년에 이뤄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망명이 한국 정부의 유도 때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양 교수는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은 자신들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국가나 인물에 대해 매체에서 긍정적인 기사를 자주 다루지만, 반대인 경우에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북한은 2013년 12월 12일 친중국 인사인 장성택 처형 이후 북중관계에 냉기류가 형성되자 중국에 관한 주요 소식을 고의로 여러차례 누락시킨 바 있다.

양 교수는 "북한이 남측의 언론보도 형식을 빌어 서거 사실을 짧게 보도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조차 안 한다는 것은 그만큼 김 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에는 신속하게 보도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보냈다.

특히 2009년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때에는 북측 대표 6명으로 구성된 조문 사절단도 파견했다.

당시 북한의 반응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특별한 인연이 작용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2000년 6월과 2007년 10월 평양에서 각각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