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손상의사가 100원 주사기 재활용” 다나의원 미스터리

입력 2015-11-26 09:21
사진=픽사베이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를 부른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다나의원의 K(52) 원장이 3년 전부터 심각한 뇌손상 후유증을 앓은 상태에서 내원객을 상대로 진료 행위를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조선일보가 26일 보도했다. 1회용 주사기는 개당 100원으로 저렴한데 굳이 재사용할 이유가 없어 의구심이 증폭됐지만 결국 의사 개인의 판단 실수와 의료당국의 관리 미숙으로 무더기 감염 사태가 벌어졌다는 결론이 나는 분위기다.

양천구보건소 관계자는 이날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K원장이 지난 2012년 뇌 손상을 입어 혼자서 걸음을 잘 걷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다나의원이 속한 양천구의사회 주변으로 비슷한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전문의 A씨는 “K원장은 이 사고로 장애등급 2등급 판정을 받았으며 손떨림 증세까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수전증 증세가 있는 K원장이 주사 처방을 하면서 주사기 내 혈액이 역류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도 괜찮을 것으로 오판해 다른 환자에게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선일보에 말했고 또 다른 의사 B씨도 “K원장이 질병관리본부의 역학 조사 과정에서 뇌 손상을 당하기 전에는 주사기를 재사용하지 않았으나 다치고 나서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안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K원장은 교통사고에 따른 뇌 손상으로 아내 K씨의 도움으로 출퇴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 K씨는 지역의사회 등이 주최하는 의사 연수교육에 대리 출석해 다른 의사들로부터 ‘의원을 사실상 운영하는 대리 원장’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조선일보는 덧붙였다.

보건소 측은 지난 24일 아내 K씨를 ‘무면허 의료 행위’를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K씨는 이달 초 자신이 C형 간염에 감염된 사실을 안 뒤 병원 내 간호조무사와 내원 환자에 대해 혈액 채취 검사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K원장도 C형 간염에 감염됐다.

대한의사협회는 “혐의가 확정되면 협회 차원에서 K원장에 대한 중징계를 내린다”는 방침을 밝혔다.

의사단체가 해당 의원 원장에게 내릴 수 있는 징계는 회원자격 정지 등이다. 회원자격이 정지됐다고 해도 진료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보건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다나의원 내원객(2269명) 전원을 상대로 에이즈(AIDS) 검사도 진행하고 있다.

다나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C형 간염에 감염된 사람은 26일 현재까지 66명으로 확인됐다. 내원객 중 일부인 531명만 검사한 것이어서 감염자가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 다나의원은 올해 상반기 내원 환자 거의 대부분에게 주사 처방을 내렸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