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터키 전폭기 격추는 계획된 도발…그냥 넘어갈 순 없어"

입력 2015-11-26 08:50

터키가 영공 침범을 이유로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한 데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계획된 도발”이라고 비난하면서도 “터키와 전쟁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것(전폭기 격추)이 우연한 사고라는데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다”며 “계획된 도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로 예정됐던 터키 방문 일정을 취소한 라브로프 장관은 그러나 “터키와 전쟁을 할 생각은 없으며 터키 국민에 대한 러시아의 태도도 변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터키 지도부의 행동에 의문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터키 회사나 수출업자들, 터키와 협력하는 러시아 국민이나 회사들에 인위적으로 불필요한 문제를 만들 생각이 없다”면서 양국 경제 협력 관계를 중단하는 등의 과격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터키군의 행동에 아무런 대응도 없이 지나갈 순 없다”면서 “러시아 전폭기에 대한 공격을 고려해 터키와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일정한 보복 조치가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구체적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라브로프는 터키가 러시아 전폭기 격추에 앞서 미국 측과 상의하지 않았다는 미 당국의 발표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참여하고 있는 동맹국들은 자신들의 전투기가 미제이기 때문에 공습 작전을 하기 전에 미국의 동의를 얻을 것을 미국 측이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이번에도 미제 F-16에 의해 러시아 전폭기가 격추된 만큼 터키가 작전에 앞서 미국의 동의를 얻었는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