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안 “11년간 年 1천만원 업무용 차량 경비처리, 12년째 모두 털어내”

입력 2015-11-25 18:47

막바지로 접어든 국회의 내년도 세법 개정안 심사에서 업무용 차량에 대한 과세 방식이 논란거리로 급부상했다.

현행 방식이 사실상 외제차의 탈세를 눈감아준다는 비판과 지나친 규제는 유럽과의 통상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기획재정부가 이르면 내일 중 업무용 차량 과세 방식을 개선한 법인세법 개정안의 수정 대안을 조세소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기재부는 임직원 책임보험에 가입한 업무용 차량의 구입·유지비에 50%의 업무인정비율을 적용해 경비처리를 허용하고, 나머지 50%는 운행일지 상 업무용 사용 비율을 따져 추가 경비로 인정해주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같은 방식이 고가의 외제차에 지나친 혜택을 준다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기재부는 경비처리의 연간 인정 한도를 1천만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대안을 마련했으나, 여야 의원들은 이 역시 불만족스럽다면서 수정 대안을 주문한 것이다.

업무용 차량 관련 법인세법 개정의 핵심 쟁점은 연간 경비처리 한도의 실효성 논란이다.

기재부의 대안은 매년 1천만원까지만 기본 경비처리를 인정하고, 12년이 되면 차량의 잔존가액(1천만원씩 감가상각되고 남은 가치)을 모두 경비로 털어낸다. 다만, 운행일지 상 업무용 사용이 증명되면 1천만원 이상 경비처리도 가능하다.

현재는 통상적으로 5년에 걸쳐 별도의 한도 없이 경비로 털어낸다. 따라서 비싼 차량일수록 경비로 많이 인정받을 수 있고, 그만큼 세금감면 혜택이 커지는 구조다.

가령 2억원짜리 승용차를 업무용으로 구입한 경우 현행 방식에 따르면 매년 4천만원씩 5년에 걸쳐 경비로 털어낸다. 매년 4천만원에 세율을 곱한 만큼 세금을 감면받는 것이다.

기재부의 대안은 경비로 털어내는 기간을 늘렸다. 매년 1천만원씩 11년간 1억1천만원이 경비로 산입되고, 남은 9천만원은 12년째에 한꺼번에 경비로 인정받는다. 연간 세금 감면 규모를 ¼로 줄이되, 이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다.

조세소위는 그러나 이 방식이 지나치게 복잡한 데다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세금

감면액은 달라지지 않아 법 개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대로 구입비는 차량 1대당 3천만∼4천만원까지 경비 인정의 한도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2억원짜리 승용차의 경우 1억6천만∼1억7천만원은 경비로 인정받지 못해 세금 부담이 훨씬 커진다.

문제는 고가 차량의 주요 수출국인 독일, 영국, 프랑스 등과의 통상마찰 우려다.

경비 인정 한도를 두면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차량은 주로 이들 외제차가 되고,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내국인 대우' 원칙에 어긋나 통상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논리다.

또 국내 소비자들이 차량을 12년 이상 유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억원짜리 승용차를 4∼5년 타다 팔면 매년 5천만원씩 인정되던 경비가 1천만원으로 줄어들어 제도 도입의 실효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또 기업 로고만 부착하면 업무용으로 100% 인정해주던 혜택도 이번 대안에서 삭제, 업무용 인정 요건을 한층 까다롭게 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위 관계자는 "차량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렌트·리스할 경우, 업무용 인정 비율의 근거가 되는 운행일지의 검증 문제 등 풀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