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야권 신당을 추진하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25일 동시에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로 출격, 텃인 호남을 향한 구애 경쟁을 벌였다.
문 대표는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구상'을 밝힌 지 일주일 만에 다시 광주를 찾아 등 돌린 호남 민심을 향한 러브콜을 보내며 천 의원에게도 '야권 통합'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천 의원이 바로 뿌리치는 등 갈 길이 멀어 보였다.
문 대표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정국에서 모든 일정을 중단했지만, 이날 오전 광주로 내려가 동구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에 참석했다. 유승희 최고위원, 박광온 비서실장,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 등이 동행했다.
문 대표는 서면으로 발표한 축하 메시지에서 "아시아문화전당은 호남에 대한 애정과 국가균형발전의 철학이 남달랐던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했고, 저와 새정치연합은 지난 10년 광주시민들과 함께 개관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혁신 의지를 거듭 밝히며 "호남과 새정치연합은 운명공동체",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호남홀대론'을 적극 털어내면서 바닥의 친노 거부 정서를 극복해보려는 시도로 풀이됐다. 그는 기자들을 만나서도 "아시아문화전당은 노 전 대통령의 광주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서 시작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관식 도중에는 정관계 주요인사들이 무대에 올라가 개막을 선포하는 버튼을 누르는 퍼포먼스 참여 명단에 문 대표가 빠지면서 문 대표가 머뭇거리다 행사장 밖으로 나가는 해프닝도 벌어져 설왕설래도 이어졌다.
이러한 의전상의 실수를 놓고 문 대표측은 "주최측의 실무착오인 것 같다"고 설명했지만, 유승희 최고위원은 "이거이거 야당 대표를. 정말 어이가 없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개관식에는 '국민적 개혁정당' 창당 추진위원장인 천정배 의원도 참석했지만, 문 대표와 천 의원은 서로 따로 인사를 나누거나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제갈길'을 가면서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개관식 이후 진행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둘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문 대표는 "우리당 바깥에 있는 야권 세력 모두가 다 단합과 통합을 이뤄서 새누리당과 일대일 맞대결 구도로 가져가야 다음 총선에서 이길 수 있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며 "천 의원과 통합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지금까지도 해왔지만 앞으로도 더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거듭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뒤이어 기자들과 만난 천 의원은 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 제안과 관련, "기득권 야합 제안"이라고 평가절하한다"며 "지금 국민이 빈사상태에 빠진 야당에 바라는 것은 야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야당을 이끈 지도자들이 책임지고 이선퇴진하라는 것"이라고 문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야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있는 정치인들이 우선 물러나는 게 야당을 살리는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신당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며 "기존 야당과의 연대통합은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단칼에 잘랐다.
천 의원은 신인 중심의 추진위원 구성을 완료한 데 이어 앞으로는 현역의원들의 신당 참여를 끌어내는데 주안점을 둘 예정이다.
무소속 박주선 의원과의 결합은 물론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비주류를 중심으로 신당 합류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이 있다고 보고 의사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문재인-천정배, 텃밭 호남 민심 잡기 경쟁...광주 동시출격
입력 2015-11-25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