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립서비스 국회’ 지적에 당정 바빠졌다

입력 2015-11-25 18:42

박근혜 대통령의 '립서비스 국회' 지적 발언에 새누리당과 정부가 이틀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등 주요 법안 통과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뛰고 있다.

박 대통령이 24일 주요 법안들의 입법 지연 상황을 두고 국회가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자마자 황교안 국무총리를 필두로 각 부처 장관들이 국회로 달려와 의원들을 '맨투맨'으로 만나며 설득에 나섰다.

동시에 당 지도부 역시 당 회의에서 FTA 비준동의안 및 주요 법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일제히 쏟아냈고, 이날 예정에 없던 긴급 간담회까지 열어 새정치민주연합을 압박했다.

실제로 당 지도부가 25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소화한 일정들을 살펴보면 이 같은 기류가 확실히 읽힌다.

먼저 이날 오전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김무성 대표를 필두로 당 지도부가 한·중 FTA 비준동의안과 주요 법안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한·중 FTA 비준동의안과 노동개혁이 정쟁의 틀 속에 갇혀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간다"고 비판했고, 원유철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은 근거 없는 여론 호도로 노동개혁을 훼방하지 말고 노동개혁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이인제 최고위원은 야당의 노동개혁 법안 심사 거부에 대해 "이런 횡포는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것으로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비난했고, 황진하 사무총장은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불법 폭력시위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표명했는데 참으로 시의적절한 말씀"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이어 김 대표는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중임에도 이례적으로 이날 오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의 국가장 기간이라 대부분의 일정을 취소했으나 당정·재계가 한국 경제를 살리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는 한 시도 미룰 수 없어 예정대로 했다"며 FTA 비준동의안 처리의 시급성을 두 번 세 번 강조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한·중 FTA 현안 점검 긴급간담회를 열고 "어느 국민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치권을 가만 내버려 두겠느냐.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여 야당을 강력 비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동분서주해진 건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오후 국회로 달려와 여야 원내지도부를 직접 찾아가 FTA 비준동의안과 주요 법안 처리에 힘써달라고 말한 데 이어, 이날 오전에도 당 회의장으로 직접 찾아와 거듭 호소했다.

황 총리는 이날 광주시에서 열린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에 참석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붙잡고 "FTA 같은 경우는 시간을 놓치면 회복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회 농림해양축산식품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박민수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전날에도 밤 11시까지 의원회관에서 대기했지만 결국 만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고, 이날 아침에도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 등 소관 부처 차관들이 국회로 출근해 박 의원을 기다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