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날 좀 사랑해주세요” 인터넷 울린 이 블로그…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5-11-26 00:05
“누가 날 좀 사랑해 주세요. 사랑 안 해도 돼요. 그냥 제게 새 세상을 보여주세요. 나의 이 지루한 일상에 소나기처럼 오셔도 돼요.”

오래전 스스로 세상을 등진 블로거의 글이 다시 한 번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끔찍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외로움에 시달리며 사랑을 갈구했지만 정작 사람들은 그가 떠난 뒤에야 그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 같습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26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인터넷에 나도는 글은 2006년 3월 작성된 것들입니다. A씨는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외로운 일상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내용 등을 덤덤하지만 적나라하게 썼습니다.

‘언젠가 자살하러 갔을 때’라는 제목의 글은 옥상으로 올라가려고 자물쇠를 풀다가 어머니에게 들켰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자살하러 옥상에 올라갔다. 옥상문을 열려고 했더니 자물쇠로 잠겨 있더라. 난 자물쇠를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했다. 조금만 더하면 자물쇠가 풀릴 것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물쇠가 안 풀리길 바랐다. 무릎이 덜덜 떨리더라. 그때 발자국(소리)이 들렸다. 두려웠다. 엄마였다. 엄마는 너 거기서 뭐하냐고 물었다. 난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엄마가 해준 칼국수를 먹었다. 어떻게 엄마가 내가 옥상으로 올라간 것을 알고 따라온 걸까.’

교우관계에 대한 고민도 스스럼없이 털어놓았습니다. 자신은 친구를 순수하게 사귀고 싶지만 정작 친구들은 특정한 목적을 두고 자신을 사귀는 것 같아 상처를 받았다고 적었습니다.

‘중학교부터인가? 아이들은 친구를 가리면서 사귀기 시작했어. 아이들은 자기한테 도움이 되는 아이들만 사귀기 시작했지. 난 친구가 이 정도면 많다고 느꼈어. 하지만 내 착각이었을 뿐이야. 싸움 잘하는 놈은 날 등쳐먹으려고 사귄 거고, 오타쿠는 나와 얘기가 안 통한다며 나를 깠고, 공부 잘하는 놈은 뒤에서 날 씹어대고. 난 상처를 받았어.’

A씨는 또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고 있는데 중학교 담임 교사로부터 안부 전화가 왔다는 엄마의 말에 매우 기뻐했다는 걸 부끄럽다고 적었습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이발까지 한 뒤 학교를 찾아가 인사를 드렸지만 정작 담임 교사는 그런 전화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는군요.

불현듯 자신을 사랑해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누가 날 좀 사랑해주세요. 사랑 안 해도 돼요. 그냥 제게 새 세상을 보여주세요. 나의 이 지루한 일상에 소나기처럼 오셔도 돼요. 소나기가 더러움을 씻어내듯 저의 더러운 일상을 씻어주세요.’


A씨의 블로그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A씨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고 처음 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기억하는 사람들은 “천년만년 니가 살았으면 좋겠다. 나도 네 손을 잡고 언제까지나 친구로 살아갈 수 있을텐데”라거나 “니 생각나서 왔어. 잘 지내고 있지? 잊지 않을게 하면서도 어쩔 땐 소중한 사람들을 잊고 사는 것 같아 죄책감 들어. 가끔 들릴게. 잘자!”라며 안부를 물었습니다. 처음 온 사람들은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누군가 좀 더 일찍 했더라면” “글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라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A씨의 글은 참 슬픕니다. 덤덤해서 더 슬픈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사랑과 관심을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니.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더욱 소중한 연말입니다. 지금이라도 우리 주변을 둘러봐야겠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