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의 자산건전성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금융감독원이 25일 밝혔다. 국책은행이면서 개인 거래를 하지 않아 당장 은행 경영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주고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올 때 금리가 높아진다. 정부가 자본 수혈에 긴급히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 9월말 국내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집계한 결과 수출입은행이 9.44%로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BIS비율은 은행이 위험에 대비해 자금을 얼마나 확보해 놓았는지 평가하는 비율로, 높을수록 안전한다는 의미다. 10%가 넘으면 1등급, 8% 아래면 위험등급으로 분류된다.
국내 은행의 BIS비율 평균은 13.95%로 양호한 수준이었으나 수출입은행만 10% 아래였다. 수출입은행의 위험가중자산 규모는 지난해 연말 100조원에서 9개월만에 116조원으로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화로 표시되는 수출 채권의 환산 금액이 커진데 비해 원화로 표시되는 자본금 규모는 고정돼 수출입은행의 BIS비율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수출입은행의 신뢰도가 낮아지면 자금을 조달할 때 이자 비용이 높아져 결국 수출기업에도 부담이 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수출입은행에 현물 출자 방식으로 자본을 수혈해 연내 BIS비율을 10% 위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수출 규모가 줄어드는 등 경기 침체 조짐이 나타나면서 시중은행이 수출기업에 대출을 꺼리고 있어 우리가 나서서 감당해야할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라며 “문제가 된 조선업 여신은 2010년을 정점으로 꾸준히 줄이고 있고,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여신 건전성에도 큰 문제가 없어 실제 부실로 연결될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수출입은행, 금융위기 수준으로 건전성 악화…정부 자본 긴급수혈 방침
입력 2015-11-25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