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올해 프로야구 KBO리그를 6위로 마감했다.
최종 전적은 68승 76패(승률 0.472). 한화는 프로야구 사상 첫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5위 SK 와이번스(69승2무73패·승률 0.486)를 2경기 차이로 추격했다.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놓쳤지만 3년 연속 꼴찌였던 지난해까지의 성적표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한화를 향한 야구팬들의 시선은 과거와 조금 달라졌다.
냉소는 여전히 있다. 김성근(73)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해 타선의 집중력을 높여 많은 역전승을 일궜다. 수비의 짜임새도 과거보다 좋아졌다. 하지만 가끔은 엉뚱한 실수로 팬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감정에 기복이 거의 없는 김 감독도 그런 순간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거침없이 볼펜을 집어던졌다.
‘한화의 지능 수비’라는 제목의 사진이 25일 인터넷에서 떠돌았다. 한화 수비진이 5대 1로 앞선 4회초 2사 1루에서 실수를 연발했지만 두산 베어스의 주자를 홈에서 잡은 장면을 담은 SBS 중계방송 영상 사진이다. 두산의 주자를 잡기 전까지의 상황은 한화의 시계를 지난해로 되돌린 것처럼 보였다. 사진을 올린 야구팬도, 이를 퍼뜨린 야구팬도 ‘지능 수비’라고 표현했지만 그 속내엔 조소가 담겼다.
사진에서 한화의 2루수 정근우는 내야땅볼성 타구를 잡기 위해 왼팔을 뻗었지만 놓쳤다. 공은 정근우의 글러브를 맞고 튀어 외야로 흘렀다. 정근우는 2루로 송구했지만 이번에는 유격수 강경학이 놓쳤다. 처음부터 악송구였다. 공은 강경학의 글러브를 맞고 1루 쪽으로 흘렀다.
그 사이 두산의 주자 양의지는 3루를 돌아 홈으로 질주했다. 여기서 1루수 김경언은 홈 송구로 양의지를 잡았다. 한화는 내야땅볼을 놓치고, 악송구하고, 두 번이나 글러브를 맞고 튄 공을 줍느라 우왕좌왕했지만 양의지를 홈에서 잡아 실점하지 않았다. 조금은 황당하지만 집념이 보인 장면이었다.
야구팬들은 “아웃도 잡고 주자의 힘도 뺐다” “이게 작전이었으면 인정할 수 있다” “한 장면 속에 좌절, 희열, 웃음, 분노가 모두 담겼다”며 웃었다. ‘지능 수비’ ‘창조 수비’라는 의견도 나왔다. 사진은 경기의 시점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두산의 타자가 그라운드홈런을 시도했지만 한화의 지능 수비에 막혔다’고 잘못 알려졌다.
사진 속 경기는 지난 9월 1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한화의 KBO리그 135차전이었다. 당시 양의지는 타자가 아닌 1루 주자였다. 당시 타석에 있었던 두산의 홍성흔은 내야 안타를 기록했지만 양의지는 홈에서 아웃됐다. 두산은 심판합의판정을 요청했지만 번복되지 않았다. 경기에서는 한화가 7대 6으로 이겼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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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5 16:06 수정 2015-11-25 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