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 나의 마음 푸르러 청산에 살으리라/ 이 봄도 산허리엔 초록빛 물들었네/ 세상 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서 살리라/ 길고 긴 세월 동안 온갖 세상 변하였어도/ 청산은 의구하니 청산에 살으리라"
오는 26일 영면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할 추모곡 '청산에 살리라'의 노랫말이다.
김 전 대통령이 생전 좋아한 노래 가운데 유족이 선택한 것으로 알려진 이 곡은 성악가이자 작곡가, 언론인이었던 김연준이 1973년 윤필용 필화사건에 연루돼 구치소에 갇혔을 때 가사와 곡을 쓴 가곡이다.
세상사로 인한 번뇌와 고통을 '청산'으로 승화시킨 곡이다. 김 전 대통령은 2010년 83세 생일 때도 이 노래를 축가로 요청할 만큼 이 노래를 좋아했다.
국회의사당 영결식장에서 열리는 국가장 영결식에서 바리톤 최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국립합창단, 구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함께 부를 예정이다.
최현수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이 옛날에 민주화 운동을 하시면서 마음에 위안을 삼았던 곡으로 알고 있다"며 "'청산'은 평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김 전 대통령이 진정한 민주화를 통해 진정한 평화가 온다는 뜻을 노랫말 속에서 찾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김 전 대통령과 같은 개신교 신자로, 과거 김 전 대통령의 취임 직후 조찬기도회에서 노래하고 인사를 나눈 인연이 있다.
최 교수는 "당시 조찬기도회 때는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했는데 이번에는 한국 정치가 진정한 화합을 이뤘으면 하는 마음으로 노래할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뜻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으니 이제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청산에 살리라” 김영삼 전 대통령 마지막길 동행 노래
입력 2015-11-25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