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사실상 유언인 '통합·화합' 정신을 구현할 기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손을 맞잡을지 주목된다.
일단 분위기는 무르익었다는 전언이다.
아직 장례 기간임을 감안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공동사업 계획은 없지만,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함께 몸담은 민주화추진협의회(이하 민추협)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추협은 국가장이 끝나고 오는 30일 송년회를 추진하고 있어 이 자리에서 본격적인 물꼬가 터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상도동계 마지막 세대인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날에도 서울 시청 분향소에서 동교동계 인사들이 함께 조문객을 맞으며 'DJ(김대중)와 YS가 남긴 정치적 업적을 기려야 하는데 우리가 갈라져서야 되겠느냐'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송년회에서 기념사업이 논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동교동계 이훈평 전 의원도 "이번에는 송년회의 의미가 더 크다"며 "두 분(DJ·YS)이 돌아가신 이후 우리들의 좌표를 생각해볼 수 있다. 큰 것은 그 양반이 남겨놓은 족적을 발전시키자는 것"이라 말했다.
이런 가운데 YS의 '통합·화합' 정신을 이어받기 위한 구체적인 기념사업 구상도 나오고 있다.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통합과 화합이라는 YS의 정신을 살려가며 앞으로 기념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신문 보도를 보니 YS와 DJ 두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이 많던데 이런 사진들을 수집해 전시하는 사업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김정열 김영삼민주센터 사무국장이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남북 분단'과 '영호남 분단'이 있다는 말도 있는데 이런 사진 전시회를 통해 이런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과거 2009년 DJ 서거를 계기로 그해 11월 YS 주재로 상도동계와 동교동계 인사가 만찬을 했고, 이듬해 새해에는 22년만에 '교차세배'를 하는 등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시도를 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에도 YS의 서거를 계기로 양측이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오늘날 여야로 각각 분리된 정치현실을 고려할 때 공동사업 추진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동교동계 막내'격인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은 통화에서 "민추협을 부활하자고 하는 데 잘 안된다"며 "사회가 여야로 나뉜 상황에서 같이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며 요원한 얘기"라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민추협 중심 상도·동교동계,‘통합·화합’ 기념사업 추진
입력 2015-11-25 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