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뉴스룸 1부에선 폭력시위와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을 전하면서 백남기씨의 상태가 위중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2부에 마련된 이슈토론에서 폭력시위와 강경진압 논란에 대해 여야의 입장을 듣는다며 김용남 새누리당 원내대변인과 이언주 새정치연한 원내대변인과의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여당의 김 대변인은 “백남기씨가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토요일 밤 수술 직후 확인했는데 JTBC가 사실 확인 없이 계속 위독한 걸로 보도하고 있다”며 “그 부분은 조금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의원의 발언에 표정이 굳어진 손 앵커는 “위독하냐, 아니냐에 대해 사실 확인이 필요함에는 틀림없지만 이분은 의식불명 상태임에 틀림없고 또 두개골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상황이 결코 위중하지 않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김 의원은“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것은 지난 토요일 밤에 새정치민주연합 쪽에서 이미 확인을 한 바가 있고 그것을 김용익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 알렸다”며 맞섰고 손 앵커는 “저희가 확인한 것은 병원 측의 얘기였고 병원 측의 얘기는 앞으로 2, 3일 정도가 고비라는 것까지 병원 측의 얘기를 빌어서 전해드렸다”며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습니다.
방송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손석희 앵커가 저리 빡친(성난) 모습은 처음이네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쏟아지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게시물에는 방송 당시 표정이 굳은 손 앵커의 모습이 움직이는 사진 파일(GIF)로 첨부됐습니다.
다음날 손 앵커는 백남기씨의 가족들이 경찰을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김 대변인의 발언을 재차 언급했습니다. 17일에도 “어제 여당에서 목숨엔 지장없지 않느냐, 과장이다라고 주장했지만 글쎄요, 수술을 한 지 사흘이 지났는데 여전히 위험한 상태라고 합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백씨의 상태를 전했고 경찰이 쏜 물대포의 위력이 어느 정도 인지 취재팀이 직접 실험한 내용도 함께 보도했습니다. 18일엔 경찰 인권위원으로 활동하던 대학 교수가 사의를 표명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도 집회 과정에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조사한다는 소식을 손 앵커를 통해 전했습니다. 19일에도 시위를 할 때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이 여당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독일법원이 경찰이 물대포 등을 사용해 시위를 강제 해산한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손 앵커가 없는 주말 뉴스룸에서도 백남기씨가 여전히 혼수상태라는 소식을 서울대병원에 나가있는 기자를 연결해 보도했습니다.
23일에는 백씨의 큰 딸인 백도라지씨까지 연결해 백씨의 상태를 상세히 전했는데요, 이날 손 앵커는 “여러 가지 얘기들이 오갔는데 상태가 어떤지 묻고 싶다”는 말로 첫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이에 백씨는 “시위 당일 이미 병원 측에서 수술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고 약간 돌아와 뇌출혈 수술을 일요일 새벽에 한 뒤 뇌가 많이 부어 오늘까지 의식 없이 중환자실에 누워 계신다”고 설명했습니다.
손 앵커가 경찰청장의 공식 사과에 대해 묻자 백씨는 “경찰의 위로는커녕 상태를 보러 온 적도 없다”며 “열흘이 지났는데 연락도 없고 찾아온 사람도 없어 상태조차 살피지 않았다.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기 보다 사실관계를 확인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다음날인 24일 뉴스룸에서 손 앵커는 [앵커브리핑] 코너를 통해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복면금지법을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비유해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폭력시위에 대해 얼굴을 공개하라는 정부의 원칙은 단호해 보인다면서 23일 발표된 국정화 역사 교과서 집필진 명단은 극비에 부쳐졌다고 일갈했습니다.
방송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손 앵커의 발언이 화제가 됐는데요, “사이다 같다” “비유가 적절하다”는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한 네티즌이 민중총궐기대회 직후부터 이날까지 이어진 보도를 언급하며 “손석희의 뒤끝 작렬 뉴스”라는 의견을 내놓자 이에 공감을 표한 다수의 네티즌이 “손석희 뒤끝 작렬”이라는 댓글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