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당뇨병의 최대 위험인자는 인슐린 분비능력 저하다"

입력 2015-11-25 14:31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온정헌, 곽수헌, 박경수 교수와 아주의대 예방의학교실 조남한 교수(왼쪽부터).

인슐린 감수성 저하보다는 인슐린 분비능력의 조기 저하가 한국인의 당뇨병 발병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온정헌, 곽수헌, 박경수 교수팀과 아주의대 예방의학교실 조남한 교수팀은 경기도 안성, 안산 지역에 거주하는 성인 중 정상 혈당을 보이는 4106명을 2001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인슐린은 혈액 속의 포도당을 세포 속에 넣어서 에너지원으로 쓰이게 하는데, 이런 기능을 나타내는 지표가 인슐린 감수성이다.

어떤 이유로 우리 몸이 인슐린의 자극에 둔감해져 포도당이 세포 속에 원활히 못 들어가는 경우를 ‘인슐린 감수성 저하(인슐린 저항성 증가)’라고 한다. 이런 경우 혈중 포도당이 증가하여, 제 2형 당뇨병이 올 수 있다.

박 교수팀은 2년마다 조사 대상자에게 경구 당부하 검사를 실시해 인슐린 분비능력과 인슐린 감수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10여 년 사이 전체의 12%(498명)가 당뇨병, 27%(1093명)가 당뇨 전 단계 진단을 받았다.

나머지 61%(2515명)은 변함없이 정상 혈당을 유지했다. 이들은 10년 동안 인슐린 감수성이 27% 감소한 반면, 인슐린 분비능력은 70% 증가한 것으로 측정됐다.

그러나 당뇨병 발병 그룹은 이들 정상 그룹에 비해 처음부터 인슐린 분비능력이 38%, 인슐린 감수성은 17% 낮은 상태에서 출발했다. 그 결과 10여 년 사이 인슐린 감수성은 64%나 감소했고, 인슐린 분비능력은 증가하지 않았다. 정상 혈당 유지 그룹과 달리 인슐린 감수성 저하를 상쇄할 정도의 인슐린 분비를 늘리지 못한 탓으로 당뇨병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인 당뇨병의 임상적인 특성이 서양인과 다르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한국인 당뇨병 환자는 서양인과 달리 비만 환자가 상대적으로 적고, 인슐린 저항성 보다는 인슐린 분비장애가 더 현저하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한국인 당뇨병의 발달과정에서 인슐린 분비 저하와 인슐린 감수성 저하 중 어떤 이상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당뇨병 발병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기획된 세계 최대 규모의 역학 연구 중 하나다. 특히 최근 10년간 2년마다 당부하 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인슐린 분비능력과 인슐린 감수성의 변화 추이를 정확히 분석하여, 한국인의 제 2형 당뇨병의 병인이 서양인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연구결과는 당뇨 임상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란셋 다이어비츠 앤드 엔도크리놀로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