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폭기가 터키 전투기에 의해 격추되면서 양측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러시아는 사고 전폭기가 시리아 내에 머물렀으며 터키 영공을 침범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쪽이 맞든 영공 침범 정도가 1㎞에 불과해 진실공방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또 설사 침범했다고 하더라도 미미한 침범에 그쳐 러시아가 그만큼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고 당일인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도시 소치를 방문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러시아 전폭기 수호이(Su)-24 피격 사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 전폭기가 터키 영공을 침범해 격추했다는 터키 당국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터키 정부는 앞서 러시아 전폭기가 자국 영공을 침범해 자국 전투기들이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물러나지 않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터키군 총사령부는 비행 추적 자료를 공개하면서 러시아 Su-24 전폭기 2대가 이날 오전 9시24분 터키 남부 하타이주 야일라다으 지역 영공을 지나갔다고 밝혔다.
이 지역의 터키-시리아 국경선은 U자형으로 러시아 전폭기들은 시리아 북부 라타키아주 영공에서 서쪽으로 비행하는 도중 가운데에 있는 터키 영공을 지나간 것으로 추적됐다.
터키군은 성명에서 국적이 확인되지 않은 전폭기들에 5분 동안 비상 채널로 10차례 경고했으나 무시하고 17초 동안 영공을 침범해 계속 영공에 남아있던 1대를 교전수칙에 따라 공격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러시아 전폭기가 터키 국경에서 1km 떨어진 시리아 상공 6000m 지점에서 피격됐으며 이후 터키와의 국경에서 4km 떨어진 시리아 영토에 추락했다”면서 “전폭기가 터키를 위협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푸틴은 이번 사건은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벌이는 러시아를 등 뒤에서 공격한 꼴이라며 “이 비극적 사건이 러-터키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자국민들에게 터키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터키 전투기의 공격을 받은 러시아 전폭기는 시리아 내 터키족 투르크멘 거주 지역인 시리아 북서부 라타키아주 마을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르크멘족은 시리아인과 쿠르드족에 이어 시리아에서 세 번째로 수가 많은 종족이다. 투르크멘족 반군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과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 전선 등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 터키는 이전에도 시리아 내 IS 근거지에 대한 공습 작전을 벌인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공군기들이 시리아 북부 투르크멘족 마을을 공습한다고 항의해 왔다.
시리아 내 터키족은 지난 10월 초 개최한 민족회의에서 러시아가 시리아 서부 텔비사를 공습하는 과정에서 투크크멘족을 포함한 4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비난한 바 있다. 터키 정부는 형제 민족인 투르크멘족에 대한 공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터키 영공 침범 여부 놓고, 터키-러시아 진실게임 양상
입력 2015-11-25 0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