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풍경에 행복과 욕망의 이중 핀을 꽂는 문지혜 작가 개인전 ‘해피 라이프’ 청작화랑 11월25일부터

입력 2015-11-25 06:42
문지혜 작가
파라다이스
홀리데이
홀리데이
핀(Pin)의 기능은 다양하다. 크게 구분하자면 두 가지다. 종이나 엽서 같은 걸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어떤 부위를 아프게 찌르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중적인 재료다. 집중과 고통. 그다지 어울리는 이미지는 아니다.

신진작가 문지혜(30)의 작업이 그렇다. 풍경화를 캔버스에 붓질하고 그 위에 핀을 꽂는다. 핀은 평면회화를 부조형식의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 밑바탕 그림은 평온하고 서정적이다. 그런데 그 위에 꽂혀 있는 핀은 그렇지 않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묘하다. 큐빅의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도 느껴진다. 작가는 “핀의 앞은 둥글고 끝은 뾰족한데 그림 위에 꾹꾹 찍어 눌러놓으면 보는 이들이 핀이라기보다는 무슨 설치 오브제처럼 여긴다”고 했다.

세종대 회화과에 다니면서 스승(박항률 화백)의 감성주의 화풍을 보면서 자신 또한 전혀 다른 느낌의 감성적인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자유로운 작업을 하고 싶었던 차에 책상에 있던 핀이 눈에 들어왔고 화폭에 꽂게 됐다.

작가는 어릴 적부터 모범생으로 자랐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나 그러하듯이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욕구가 어찌 없을 손가. 핀의 위 아래가 다른 것을 보면서 이중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핀을 그림에 찌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 주제는 ‘여행’이다. 새로운 풍경들을 보면서 느낀 추억과 기억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 위에 일일이 직접 핀을 꽂는 수고를 요구한다. 오랜 시간 힘든 노동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잘못 꽂았을 경우 되돌릴 수 없는 작업이기에 즉흥적으로 빠른 계산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작가는 “소비에 대한 중독은 끝없는 치유를 원하고, 무언가를 바라는 욕망 또한 그 무언가를 넘어선 것을 욕망한다. 현대사회에서의 소비와 욕망은 물질적인 탐욕보다 정신적 편안함과 행복을 위함일지 모른다. 복잡한 삶 속의 여행은 나만의 파라다이스가 된다”고 했다.

새로운 풍경들과 익숙하지 않음은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발견하는 휴식의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11월 25일부터 서울 강남구 청작화랑에서 그의 개인전 ‘해피 라이프’가 열린다. 청작화랑의 신진작가 발굴전이다. 여행에서 만난 풍경을 핀으로 완성한 작품 20여점을 볼 수 있다(02-549-3112).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