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경찰 뒷이야기를 전하는 부산경찰이 이번에는 모바일 언어파괴에 나섰습니다. 오프라인 아동학대 근절 캠페인을 전하면서 말 배우는 아이의 옹알이 발음이 섞인 ‘안녕하새오’ 문체를 도입한 것입니다. 페이스북에 사진 2장과 네 줄짜리 글을 올렸을 뿐인데 ‘귀엽다’는 반응과 함께 다섯 시간 만에 ‘좋아요’ 8000회를 넘겼습니다. 캠페인 목적은 달성하고도 남아 보입니다.
부산경찰 페이스북은 24일 “안녕하새오. 아가애오”라며 “때찌하믄 다 자바머글꺼애오”라고 썼습니다. 이어 “아가를 때찌하지마새오”라며 오프라인 아동학대 근절 캠페인 현장사진을 첨부했습니다. 한 아기가 할아버지로 보이는 남성의 가슴팍에 안겨 여경 누나가 건네는 ‘아동학대 신고전화 112’ 카드를 건네받는 모습입니다.
게임용어 사용에도 부산경찰은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아가의 ‘안녕하새오’체 이야기 뒤편에 부산경찰은 “퀘스트. 아동학대 근절 메시지를 안녕하새오체로 전달해보자”라고 덧붙였습니다. ‘퀘스트’는 게임 진행을 위해 이용자가 수행해야하는 임무 또는 행동을 말합니다. 페북 친구들에게 댓글 공감 놀이를 한판 벌여보자는 메시지를 던진 겁니다.
일부 페친들은 기꺼이 자기 아이의 얼굴 사진을 올리며 화답했습니다. 이어 나타난 베스트 공감 댓글은 “안녕하새오. 어른이애오”라며 “마음은 애기라서 나두 때찌하면 아파오”였습니다. 부산경찰 페북지기는 “맞아요. 때찌는 모두에게 나쁜 것”이라고 화답해 주었습니다. 폭력은 경찰의 사건처리 순위 부동의 1위입니다.
삐뚤빼뚤 손글씨를 이용해 “안녕하새오. 아가 앞에서 싸우는 것도 아동학대애오”라며 “싸우지도 때리지도 말아오”라고 적힌 답변도 있었습니다. 구석엔 유치원생 솜씨인 듯 눈사람 얼굴 같은 경찰 모습도 담겼습니다. 부모가 아기 앞에서 거칠게 싸우면 그게 트라우마로 남아 아이를 괴롭힌다는 뜻일 겁니다.
이 와중에 한 페북 친구는 “음”이라며 “이거 진짜 경찰이 관리하는 페이지임? 위탁아님?”이라고 했습니다. 모바일 문화를 선도하는 부산경찰의 독특한 화법이 아마 경직된 경찰 문화에선 나올 리 없다는 의심일 법 합니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은 “안녕하새오 경찰이애오”라며 “세종대왕님 여기까지만 할게여”라고 답했습니다. 부산경찰은 앞서 순경~경사 등 경찰 계급상 말단 인원을 투입해 SNS 팀을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공감뉴스] ‘안녕하새오’로 아동학대 근절을…“아가 앞서 싸워도 학대”
입력 2015-11-24 1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