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덕목에서 무엇보다 청렴함을 강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인사원칙의 단면을 보여주는 일화가 24일 소개됐다.
문민정부에서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과 환경부 장관 등을 지낸 윤여준 전 장관은 이날 TBS 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 "김 전 대통령은 사람 쓰는 원칙 중에 재산 많은 사람은 안 쓰겠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윤 전 장관은 "한 번은 아주 유능한 사람, 평판이 좋은 사람인데 안 쓰시겠다고 해서 왜 안 쓰시냐고 했더니 '내가 그 사람 가정 배경을 잘 아는데 원래 가난한 출신이야. 평생 공직에 있던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재산을 모으나? 비리가 있었다는 이야기 아니야!'라고 해 찍소리도 못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또 한 번은 유산을 많이 받은 분이 있었다"면서 "'이건 비리가 아니고 유산을 받아서 돈이 많은 건데 안 쓰시면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했더니 '어떻게 벌었든 돈이 많은 사람들은 서민의 고통을 몰라. 그런 사람은 고위공직에 쓰면 안 된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돈이야, 권력이냐. 두 가지를 다 가지려고 하면 안 된다, 그건 과욕이다'"라는 말씀도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이 1995년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치인의 거듭된 '망언'에 대해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고 말한 배경도 소개했다.
윤 전 장관은 "원래는 중국의 요청으로 일본에 관한 질문은 안 하도록 약속됐지만 제가 기자들에게 '질문해도 좋다'라고 얘기했다"며 "감정이 격앙되셔서 김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그 순간 제가 정말 아차 했다"고 회상했다.
윤 전 장관은 "행사가 끝나고 바로 집무실에 들어가 이실직고했다. 한중간의 외교적 문제가 되면 제가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뭘 괜찮아'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공동대표로 있던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에서 일했던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고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소개했다.
김 전 의원은 "그분은 단순하고도 직설적 화법을 쓰지만, 사실은 핵심을 꿰뚫는 이야기를 했다"며 "저희가 아무래도 주저하고 혹은 멋쩍어하고 있을 때는 툭 치면서, '뭘 그걸 겁을 내노'라고 하면서 격려하던 모습들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돈·권력 둘다 갖는건 과욕” 김영삼 “재산많은 사람 안쓴다”
입력 2015-11-24 1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