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이글' 보며 꿈꾸던 소년, 올해의 공군 '탑건' 됐다

입력 2015-11-24 10:37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곡예비행을 보며 공군 조종사를 꿈꿨던 소년이 올해의 공군 ‘탑건(Top Gun)’에 선정됐다.

공군은 지난달 6∼17일 진행한 ‘2015 보라매 공중사격대회’에서 공군 제11전투비행단 122전투비행대대 소속 F-15K 조종사 안영환(36) 소령이 탑건에 뽑혔다고 24일 밝혔다. 안 소령은 공중사격대회 전투기 임무 부문에서 1000점 만점에 가까운 995점을 받았다. 공대지 실무장 사격 종목에서는 5㎞ 상공에서 지상의 1.2m 반경 표적을 명중하는 빼어난 실력을 과시했다.

공군사관학교 51기인 안 소령은 사관생도 시절부터 비행교육 과정을 비롯한 각종 훈련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엘리트 조종사다. 그는 2005년 제20전투비행단에 배치돼 KF-16 조종사로 전투비행대대 생활을 시작했으며 2007년에는 F-15K 조종사에 선발돼 제11전투비행단으로 옮겼다. F-15K 후방석 조종사로 출발한 그는 2010년 전방석 조종사가 됐다.

안 소령은 올해 7월에는 근접교전 기동훈련 중 항공기 조종장치 결함으로 비상착륙할 때도 효과적인 대응으로 안전하게 착륙해 공군의 ‘웰던'(Well Done) 상’을 받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카레이서가 되고 싶었던 안 소령은 1996년 제1회 서울 에어쇼에서 블랙이글의 곡예비행을 보고 공군 조종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전투기 조종사가 된 이후에도 블랙이글 에어쇼를 볼 때마다 감탄을 금할 수 없다”며 “블랙이글은 지금도 동경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 소령은 주 기종인 F-15K 850시간을 포함해 1250시간의 비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인 맥스선더 훈련과 미국에서 열리는 레드플래그 훈련에도 참가한 경력을 가진 그는 지난 8월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지뢰·포격 도발 때는 F-15K 공중 비상대기 임무를 수행했다. 안 소령은 군 복무 기간 가장 가슴 아픈 기억으로는 공사 선배인 고(故) 박정수 중령이 순직한 2012년 T-59 훈련기 추락 사고를 꼽았다.

박 중령이 어린 자녀 둘을 남기고 떠난 것을 늘 마음에 두고 있던 그는 이번 공중사격대회 상금 130만원을 순직 조종사 자녀를 위한 장학재단인 ‘하늘사랑 장학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안 소령은 “올해의 탑건이라는 영예를 안게 된 것도 모두 부대 동료들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전투기 조종사의 임무를 완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