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책 표지만 바꿔 출간'…교수 200여명 사법처리

입력 2015-11-24 10:36
남의 책 표지만 바꿔 자신의 저서로 출간하거나 이를 묵인한 대학교수 200여명이 검찰에 적발돼 조만간 재판에 넘겨질 전망이다.

검찰은 다음 달 중 이들을 전부 기소한다는 방침이어서 사상 초유의 무더기 교수 퇴출사태가 예상된다. 벌금 300만원 이상 선고받으면 교수를 재임용하지 않는다는 게 대학가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권순정)는 일명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내거나 이를 눈감아준 혐의(저작권법 위반·업무방해)로 전국 50여개 대학교수 200여명을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은 교수들의 범행을 알면서도 새 책인 것처럼 발간해준 3개 출판사 임직원 4명도 입건했다.

해당 교수들은 전공서적의 표지에 적힌 저자명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꿔 새 책인 것처럼 출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교수는 의심을 피하려고 책 제목에 한두 글자를 넣거나 빼는 수법을 썼다.

검찰은 교수들이 속한 대학과 서울과 경기 파주지역 출판사 3곳 등을 지난달 압수수색해 이메일, 교수 연구 실적 등 범행 증거를 대거 확보했다.

조사 결과 교수 1명이 대체로 전공서적 1권을 표지갈이 수법으로 출간했으며 일부는 3∼4권까지 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소속 대학의 재임용 평가를 앞두고 연구실적을 부풀리고자 이런 범행에 가담했다.

일부는 한번 표지갈이를 했다가 출판사에 약점을 잡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이름을 빌려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입건된 교수들은 대학 강단에서 대부분 퇴출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 대학이 논문 표절 교수와 법원에서 벌금 300만원 이상 선고받은 교수를 재임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의정부지검(지검장 김강욱)은 최근 3개 검사실과 수사과 등을 동원해 교수 200여명의 소환 조사를 마쳤다. 이들의 혐의를 대부분 입증한 만큼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 전원 기소할 방침이다.

김영종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는 “표지갈이는 1980년대부터 출판업계에서 성행한 수법이지만 그동안 수사망에 걸려들지 않았다”며 “공소유지에 큰 어려움이 없는 만큼 입건된 교수들은 법원에서 대부분 유죄판결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의정부=김연균 기자 y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