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은 난민들의 중간 기착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그리스 레스보스(Lesbos) 섬에서 우스꽝스런 광대 복장을 한 여성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만돌린 같은 작은 현악기로 흥을 돋우는 남성도 등장하고요. 금세 아이들이 환한 표정으로 몰려듭니다. 동네에 광대극단이라도 왔음직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들은 광대극단 멤버들이 아니라 ‘국경 없는 광대들’ 회원이라고 하네요. 그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난민들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는 것입니다.
그들은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을 떠나온 난민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합니다. 벌써 6000여 명이 넘는 관객을 만났다고 하네요. 영상을 보면 어린이는 물론 아이를 안고 있는 어른들도 퍽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난민들은 대개 함께 떠나온 가족들끼리 텐트 등에서 외롭게 지냅니다. 다들 비슷한 처지로 보이지만 가족이 아니라면 옆 텐트 사람들을 믿거나 정을 나누기 어렵죠. 나라가 다르니 쓰는 언어도 다르구요. 그런데 난민들의 텐트 사이로 갑자기 ‘국경 없는 광대들’ 회원들이 나타나고 회원들은 텐트 사이사이를 누비며 퍼레이드를 펼칩니다.
그러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회원들을 따라 나서고 어느새 한 곳에 같이 모여 함께 웃고 박수치게 됩니다. ‘국경 없는 광대들’ 회원의 설명에 따르면 공연이 끝날 때쯤이면 관객들은 비록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모두 같은 처지에 있는 팀(team)이라는 의식을 갖게 된다는군요.
그들에게 한 시리아 난민이 해줬다는 얘기가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시리아를 떠난 이후 한 번도 웃지 않았던 딸아이가 공연을 보고선 처음으로 웃었다고 하네요. 웃음 잃은 난민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 그게 바로 ‘국경 없는 광대들’의 존재 이유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