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쿠보 히로키(44) 일본 야구대표팀 감독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까지 계약기간을 1년 넘게 남기고 경질론에 휩싸였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일본 선수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23일 일본 잡지 더페이지에 따르면 일본 야구계는 프리미어 12 우승 좌절로 고쿠보 감독에 대한 경질과 유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더페이지는 경질론이 우세한 듯 반론을 제기하며 유임을 지지한 일부 야구계 중진의 목소리를 담았다.
한때 전설적인 유격수였고 지금은 야구 해설가로 활동하는 히로오카 다쓰오(72)는 “한국전 패배는 고쿠보 감독의 실수가 아닌 일본 프로야구 각 구단의 교육, 선수의 능력이 부족한 결과”라며 “고쿠보 감독에게서 일생의 노력을 볼 수 있다. 공부하는 자세나 선수의 사기를 높이는 태도는 대단했다. 대표팀에서 물러나면 프로팀을 지휘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더페이지는 “평소 독설을 날리는 히로오카가 고쿠보 감독을 호평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를 교체한 시기가 부적절했던 점, 번트를 존중하지 않아 일본의 주무기인 스몰베이스볼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점, 변형 수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점 등이 고쿠보 감독에 대한 비판론의 핵심이라고 더페이지는 종합했다.
고쿠보 감독은 지난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한국에 9회초 벼락치기를 맞고 3대 4로 역전패한 4강전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에서 오타니의 교체 시기를 스스로 자책하며 모자를 벗고 일어나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고쿠보 감독은 3대 0으로 앞선 7회초까지 투구 수 85개에 불과했던 오타니를 빼고 노리모토 다카히로(25·라쿠텐)에게 8, 9회초를 맡겼다. 한국은 9회초 살아난 타선을 앞세워 승부를 뒤집었다.
한국은 지난 2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미국을 8대 0으로 격파하고 프리미어 12 원년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프리미어 12를 대만과 공동 개최해 주인으로 행세하려 했던 일본은 순식간에 들러리로 전락했다. 일본은 3위에 머물렀다. 고쿠보 감독에 대한 경질론이 몰아쳤지만 스스로 사퇴하지 않을 경우 월드베이스볼클래식까지 유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본 야구계의 보편적인 전망이다.
프리미어 12의 결과가 일본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일본 스포츠웹진 스포르티바는 ‘사무라이 재팬의 좋은 선수와 필요 없는 선수’라는 제목으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2명이 프리미어 12에서 일본 선수들을 관찰한 의견을 종합했다. 스포르티바는 스카우트의 이름을 A, B로 나눴을 뿐 소속 구단을 밝히지 않았다.
일본은 한국과의 4강전을 제외하고 조별리그 5경기, 푸에르토리코와의 8강전(9대 3 승), 멕시코와의 3·4위전(11대 1 콜드게임 승)에서 모두 이겼다. 이에 대해 스포르티바는 “스카우트들이 프리미어 12에 출전한 투수들의 수준이 높지 않아 일본의 타격 호조를 참고사항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한 스카우트는 일본의 타자들이 메이저리그 수준의 투수들에겐 쉽게 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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