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장법 제 6조는 “국가장 기간 중에는 조기를 게양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문장의 주어는 없는데 일반적으로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을 말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행자부는 전날 중앙부처와 지방정부에 보낸 공문에서 “국가장법에 따라 26일까지 전 국민이 조기를 게양해야 한다”라며 “모든 가정에서 조기를 게양하도록 홍보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국가가 장례를 주도하는 국가장법의 적용대상은 전현직 대통령과 정권인수 기간의 대통령 당선인 정도입니다. 이외에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도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 역시 대통령이 결정하기에 대통령급 업적을 남겨야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 법이 제정되고 난 후 처음으로 서거한 경우입니다.
포털 사이트에선 전국민 조기게양을 두고 좀 과하다는 의견이 두드러집니다. 가장 많은 공감은 “지금이 60년대냐”라며 “조기를 달아주게”라고 쓴 댓글이 차지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것에는 너나가 따로 없었습니다만 일률적 전국민 조기게양 캠페인에선 권위주의 정부시절의 국기하강식 분위기가 풍겨 거부감이 있는 듯 합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국기 살 돈도 없다”는 말도 적지 않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