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호남지역 광역단체장들과 만나 내년도 호남권 핵심사업 예산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새누리당이 야당 소속인 광주시장과 전남북도지사와 마주 앉아서 예산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로, 내년 4월 총선 때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에서 여당 국회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한 이른바 '서진정책'을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특히 새누리당은 전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사실상 당 전체가 상중(喪中)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예정대로 예산간담회를 진행해 호남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과시했다.
당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호남권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표는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새누리당과 광주·전남·전북시도가 함께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하는 건 매우 의미 있는 자리라 생각한다"며 "그래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중임에도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도권과 영남권에 비해 호남권의 발전이 더디고 국가적 지원이 덜 된다는 인식이 그 지역에 팽배하다는 걸 잘 안다"면서 "새누리당은 오로지 경제 도약과 지역격차 해소,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호남권 발전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낙연 전남도지사, 송하진 전북도지사 등은 지역 내 주요사업을 일일이 소개하며 여당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이 전남도지사는 "(새누리당 소속인) 이정현 최고위원이 '예산폭탄'이라고 말했는데 아직까지 폭탄이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진정으로 피폭되고 싶다"며 농담 섞인 말투로 이 최고위원의 공약 이행과 호남지역에 대한 여당의 관심을 요구했다.
이 전남도지사는 ▲남해안철도 목포∼보성 건설사업 ▲광양항 24열 컨테이너크레인 설치 지원 ▲동서통합지대 조성 선도사업 등에 대한 예산지원을 촉구했다.
송 전북도지사도 "전라북도는 원래 개발이 안 된 지역이라 사업규모도 크지 않다"며 "정말 전라북도가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업만 발굴해 추진하니 뒷받침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송 전북도지사는 이어 ▲지덕권 산림치유원 조성 ▲태권도원 수련관 신축 등 관련 활성화 사업 추진 ▲새만금 내부간선 도로 구축 등을 핵심사업으로 제시했다.
윤 광주시장 역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속에서도 하계 유니버시아드(U대회)를 나름 잘 치뤄 '저비용·고효율' 롤모델을 만들었고, 모레(25일)에 아시아문화전당도 개관한다"며 감사의 뜻과 함께 향후 지속적 지원을 당부했다.
이에 여당내 유일한 호남 지역구 의원인 이정현 최고위원(전남 순천시·곡성군)은 "당 대표와 정책위의장, 예결위원장, 간사, 소위 위원들이 함께 모여 새누리당 의원이 거의 없는 호남지역의 단체장들만 모시고 이야기를 직접 듣는 기회가 (과거에는) 적었다"며 현재 새누리당이 호남지역 예산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작년 7·30 전남 순천·곡성보궐선거에서 이정현 최고위원이 당선되는 쾌거를 이뤘으며 내년 총선에서도 최소한 한 곳 이상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내 불모지대인 호남에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1988년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이후 현재 여당이 총선(재보선 제외) 때 호남에서 당선자를 낸 것은 지난 1996년 15대 총선 때 전북 군산에서 당선된 강현욱 전 의원의 사례가 유일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이낙연 전남지사 “예산폭탄 정말 피폭되고 싶다”
입력 2015-11-23 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