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애도는 한목소리 여야, 평가는 전혀 상반

입력 2015-11-23 12:18
여야 지도부는 23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를 한목소리로 애도하면서도 고인의 업적에 대해선 전혀 다른 관점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김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연소·최다선 국회의원으로서 원내에서 정치·사회 개혁을 주도했다고 강조한 데 비해 새정치민주연합은 군사독재와 투쟁한 지도자였음을 집중 부각시켰다.

민생·경제법안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하는 여당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투쟁을 이어가는 야당의 입장이 이런 상반된 입장을 내놓게 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은 고통과 인내를 요구하는 민주화 투쟁 속에서도 결코 국회를 떠나지 않고 국회 일을 최우선으로 챙기는 진정한 의회주의자였다"면서 "민생 최우선이야말로 화합과 통합을 마지막 메시지로 남긴 고인을 진정으로 애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고인은 대통령 취임 후 부정부패 척결과 정의사회 확립 위해 수많은 국가개혁의 업적 남겼다"면서 "우리 국회도 국가 재도약과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처리해야 할 민생 현안이 쌓여 있다"고 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고인의 뜻을 세우는 첫번째 기회가 이번 정기국회"라며 "이번주에 총선 선거구획정 지침 마련, FTA 비준안, 노동개혁 법안 및 경제활성화 법안 심사 등 민생 현안을 가닥 잡지 못하면 '빈손 국회'로 종료될 운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통합·화합이었다고 지적한 뒤 "퇴임 이후에도 민주주의 퇴행을 걱정했고, 스스로 그 어떤 형태의 독주와도 결코 타협하지 않은 진정한 민주주의자였다"고 했다.

문 대표는 특히 "김 전 대통령은 평생을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와 맞서 싸운 민주투사였다"면서 정부의 최근 광화문시위 진압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혁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한국에는 통치가 있을 뿐이고 정치가 없다. 정치가 없는 곳에 민주주의는 없다'는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발언을 소개한 뒤 "당시 박정희 정권의 행태를 비판한 발언 아니었나"면서 "최근에 박근혜 정권에도 그런 예감이 든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투쟁 경력을 조목조목 소개하면서 지난 14일 광화문 시위에 대한 경찰의 진압을 비난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