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소상공인 상가매입 장기저리융자...장기안심상가도 운영

입력 2015-11-23 11:20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내년부터 노후 상가 건물주에게 리모델링·보수 비용을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해주고 건물주는 일정기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고 임대기간을 보장하는 ‘장기안심상가’를 운영한다.

또 이르면 올해 말부터 소상공인이 아예 상가를 매입해 소유할 수 있도록 시가 8억 범위 내에서 매입비의 최대 75%까지 시중금리보다 1% 포인트 낮게 최장 15년까지 융자해준다.

서울시는 23일 이 같은 내용의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이 번성해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각하다고 판단되고 지역 내에서 이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6개 지역(대학로, 인사동, 신촌·홍대·합정, 북촌, 서촌, 성미산마을, 해방촌, 세운상가, 성수동)을 우선 지원해 모범사례를 도출하고 시 전역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각 지역별로 임대인, 임차인, 지역주민, 전문가와 시·구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가 구성돼 건물주-임차인-지자체간 상생협약 체결을 추진한다. 상생협약에 따라 건물주는 임대료 인상 자제, 임차인의 권리금 보호에 앞장서고 임차인은 호객행위 등 손님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으며, 시·구는 가로환경개선 등 행정적 지원에 나선다.

서울시는 부동산을 매입 또는 임차해 지역 특성을 대표하는 앵커(핵심)시설을 만들고 이를 영세 상공인, 문화·예술인 등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해준다.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199억원을 편성했다. 대학로에 100석 규모의 소극장 약 20개가 몰(mall) 형태로 건립할 예정인 연극종합시설(지상 3층~지하2층, 연면적 5521㎡)이 대표적이다. 이 시설은 내년 설계 공모를 마치고 2017년 착공될 예정이다. 완공 후 창작 연극·뮤지컬 극단 등에 저렴한 가격으로 대관해준다는 계획이다.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인 성수동과 해방촌에는 박스숍 등 영세 소상공인과 사회적기업을 위한 마중물 시설을 설치한다.

이와 함께 시는 내년초 공모를 통해 장기안심상가를 운영한다. 공모는 지역과 거리를 대상으로 하며 대상지가 선정되면 참여를 원하는 상가를 장기안심상가로 지정하게 된다. 상가 건물주에게는 방수, 도장, 보일러, 상하수, 전기 등 일체의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되며 내년 하반기 중 마무리할 예정이다.

시는 또 소상공인에게 상가 매입 자금을 장기 저리로 융자하는 ‘자산화 전략’을 우리은행과 협력해 이르면 올 연말부터 시행한다. 현재 시중 금융기관에서는 통상 건물 매입비의 50% 수준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소상공인이 상가 매입시 25%를 서울신용보증재단 보증지원으로 추가 대출을 받고 1% 포인트 금리는 시가 이자차액을 보전해준다. 금리가 시중금리(3.67%)보다 1% 포인트 낮아지면 5억원을 대출했다고 가정했을때 당초(월 153만원)보다 매달 42만원 정도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시는 장기적으로는 지역별로 자산화 전략을 전문적으로 추진할 자산관리회사를 민관 합자 방식으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지역별로 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 부동산을 사서 목적에 맞는 임차인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내년 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본격적인 사업설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마을변호사와 마을세무사 등 총 60명으로 구성된 전담 법률지원단도 운영한다. 임차인 등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지만 법과 제도에 대해 잘 몰라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없도록 무료로 법률·세무 상담을 지원하는 것이다.

시는 ‘서울시 상가임차인 보호를 위한 조례’를 제정해 시 차원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주요 내용은 시 투자·출연기관 보유 상가건물 임대차 기존 5년 보장, 최장 10년 장기 임대, 장기안심상가 운영, 상가건물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구성·운영 등이다.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 정비사업 등 관리계획을 수립할 때 젠트리피케이션 예방대책을 함께 수립하도록 유도하는 등 도시계획적 수단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과 젠트리피케이션 특별법 제정을 중앙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계획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